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점심 식사비 지원 사업을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급등한 외식 물가로 인해 직장인의 점심값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산업단지 근로자를 중심으로 정부·지자체·기업이 분담해 점심비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일명 ‘든든한 점심’ 사업으로 명명된 이 정책은 쌀 소비 촉진과 근로복지 확대, 외식업계 안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정부가 직장인 점심비 지원 방안을 내부 검토 중에 있으며, 현재 시범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업은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1,000원 아침밥’ 정책과 노인복지영양 지원과 함께 ‘식비 복지 3종 세트’로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우선 전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시범 시행될 예정이며, 중소기업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식사 1회당 약 3,000~6,000원을 정부·지자체·기업이 분담 지원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는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점심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1만 원 상당의 돼지불백이나 백반을 4,000~7,000원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쌀 소비 촉진 차원에서도 해당 정책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1,000원 아침밥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쌀 소비량은 크게 늘어났으며, 직장인 대상 정책도 이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사업은 아직 정부 공식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 예산 심의 등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보도된 내용 일부는 사실과 다르며, 정식 설계안이나 사업 예산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현을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예산 편성과 세수 문제, 기업의 자발적 분담 참여율, 수혜 대상 설정 등이 주요 쟁점이다. 김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재정과 지자체, 기업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가 핵심이며, 단기 시범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중장기적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반월산단에서 근무하는 김영진(34) 씨는 “요즘 밥값이 너무 올라 한 끼 1만 원은 기본이다. 실제 지원이 된다면 월 10만 원 이상은 절감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서울 강남의 IT 업계 종사자인 박모 씨는 “특정 산업단지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의 일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단기적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적 근로복지 기반 구축을 위한 사전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식사비를 복지로 접근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일본의 일부 대기업은 직원에게 점심 식권을 제공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식권 시스템을 통해 일정 금액을 비과세로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식대 비과세 한도가 2022년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된 바 있다.
세제 연계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경우 고용주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조민수 교수는 “식비 지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되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제도 설계 시 세금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병행하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점심비 지원은 겉보기엔 단순한 한 끼 문제지만, 정책적으로는 복지, 노동환경, 식량 소비, 지역경제가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지금은 시범사업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지만, 만약 정부가 실현 가능성과 재정 지속성을 확보한다면 ‘든든한 점심’은 국민 체감 복지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책의 향방은 올 하반기 정부 예산안에 포함될지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와 국회,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현실적인 설계와 논의에 함께 참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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