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거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햇빛이 잘 드는 남향집이 선호돼 왔지만 최근 들어선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북향집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여름 더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오히려 햇볕을 덜 받는 주택이 장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일본 도쿄 하치오지시의 일부 타워맨션에서는 북향 방이 전부 임차 완료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북향이 덜 선호돼 가격이 낮았지만 최근엔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북향을 먼저 찾는 세입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집 내부 온도가 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아 에어컨을 거의 켤 일이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폭염의 강도는 북향집 선호를 더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아사히TV에 따르면 도쿄는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나흘 연속 40도를 넘겼다. 일부 지역은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에어컨 사용량 급증으로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환경에서 햇볕을 정면으로 받는 남향집은 냉방 비용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북향집은 자연적으로 온도가 낮게 유지돼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북향집은 일반적으로 남향보다 임대료가 약 10% 낮다. 동일한 조건에서 남향이 5만 엔이라면 북향은 4만5천 엔 수준이다. 여기에 전기료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세입자 입장에선 비용 대비 효용이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젊은 층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이러한 장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주거 문화의 인식 전환도 흥미롭다. 오랜 기간 남향은 길하고 따뜻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여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풍수나 전통적인 가치보다 실제 생활의 편리함과 시원함이 선택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건축 기술 발전으로 단열재 성능이 높아지면서 북향의 단점이 줄어든 것도 인기에 힘을 보탠다.
북향집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불러온 생활 양식의 변화로 읽힌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주거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으며, 북향을 포함한 다양한 주거 방향과 형태가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기후에 따른 주거 트렌드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폭염 속에서 북향집은 더 이상 값싼 대안이 아니라 시원함과 경제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 남향 선호라는 기존 통념이 흔들리고 기후 위기가 주거 문화를 재편하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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