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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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강원도 강릉시가 30일 저녁 7시를 기해 국내 최초로 가뭄을 이유로 한 재난사태 지역으로 선포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공식 발표를 통해 “강릉시 전역을 재난사태 지역으로 선포하고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재난사태는 통상 대형 산불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난 상황에서만 내려졌으나, 가뭄으로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대까지 급락하면서 생활용수 공급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평상시 70%를 웃돌던 저수율이 올해 유례없는 무강우 현상으로 빠르게 떨어지면서 급수 제한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강릉시는 지난 27일부터 수도 계량기를 75% 잠그는 2단계 제한급수에 들어갔고,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됐다. 시민들은 “수돗물이 아예 나오지 않거나 물줄기가 실처럼 약해졌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KTX를 타고 강릉 현장을 직접 찾았다. 오봉저수지를 비롯해 주요 급수 시설을 둘러본 뒤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 없이는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인력·장비·예산 투입을 지시했다. 그는 “가뭄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전례 없는 위기”라며 범정부 차원의 자원 동원을 강조했다.

재난사태 선포와 함께 정부는 급수차와 펌프 차량을 긴급 투입하고 있다. 행안부와 국방부는 군 장비까지 활용해 하루 1만 톤 규모의 물을 남대천 하류에서 끌어올려 정수장으로 보내고 있으며 약 30대의 급수차가 지역 곳곳을 오가며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 중이다. 강원도는 재난관리기금과 예비비를 긴급 집행해 임시 취수장 설치와 송수관 연결 공사에 나서고 있다.

가뭄 극복을 위한 상징적 행위도 이어졌다. 지난 23일에는 강릉 단오제 보존회가 평창군에서 전통적인 기우제를 열어 비를 기원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대응은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급수 대책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강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수자원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일상생활 기반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현실화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가뭄이 반복될 경우 이번 사례는 정부가 대응 기준을 정립하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행안부는 이번 재난사태 선포를 계기로 가뭄을 자연재난 범주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강릉 시민들에게는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오고 있다. 수돗물이 제한되고 생수를 사재기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금 확인한 강릉의 가뭄은 국내 재난 관리 정책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