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그대로 쓰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요즘 2030세대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더 이상 완성된 것을 고르지 않는다. 대신 ‘직접 만든다’, ‘꾸민다’. 그것도 세심하고 섬세하게, 나만의 감각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조립해 나만의 타건감을 완성하고, 다이어리를 꾸며 하루의 감정을 정리한다. 폰케이스, 텀블러, 심지어 케이크까지 ‘DIY’나 ‘직꾸’(직접 꾸미기)는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MZ세대에게 물건은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일종의 정체성 선언이 된 셈이다.
“요즘은 안 예쁜 걸 사서 내가 예쁘게 만드는 게 더 재밌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27세 직장인 박나영 씨는 최근 2주간 주말마다 다꾸용 마스킹테이프와 펜, 스티커 등을 사러 동네 문구점을 찾았다. “완제품은 너무 뻔하잖아요. 다들 같은 거 들고 다니니까. 저는 제 일기장에 제 하루 기분을 스티커랑 색깔로 표현해요.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죠.”
이러한 경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토핑경제’라 불리기도 한다. 기본 메뉴에 나만의 옵션을 추가하는 소비 트렌드다. 마라탕, 버블티처럼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고 조합하는 음식부터, 소형 전자기기, 인테리어, 키링, 필기구까지, '토핑 가능한' 제품군이 MZ의 선택을 받는다. DIY 키트 시장도 이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최근 MZ는 '나를 위한 실용적 소비'를 중시한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속에서 실용성과 심리적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조립과 꾸미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단순한 물건 구매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자존감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들고 꾸민 물건은 오래 봐도 안 질려요. 그게 ‘내가 만든’ 거니까.”
대학생 이준호 씨(23)는 직접 키보드를 조립해 쓰는 중이다. 처음에는 영상 콘텐츠를 따라 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주위 친구들 사이에서 ‘키보드 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제는 친구들이 조립 부탁까지 해요. 값도 좀 저렴하고, 내가 만든 걸 친구가 쓴다고 생각하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여기에 SNS 공유 문화는 이러한 소비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다꾸 계정, 키보드 조립 후기, 인테리어 전·후 사진 등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콘텐츠가 된다.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얻는 피드백은 소비를 넘은 교감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MZ세대에게 소비는 더 이상 단순한 지출이 아니다. 조립하고, 꾸미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경험 전체가 하나의 ‘나다운’ 소비를 완성한다. 꼭 비싼 것이 아니어도, 브랜드가 아니어도, 그 안에 ‘내가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느냐’다. MZ세대가 선택한 이 새로운 소비의 방식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스스로의 삶을 디자인하는 문화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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