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전기 사용 없이 냉각과 가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신개념 열관리 기술을 개발했다. 단일 소재와 단일 공정만으로 두 기능을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로 기후위기 시대 건물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민대학교 정영주 조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성민 박사후연구원, 경희대학교 송재만 조교수가 공동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세종과학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Joule(IF 35.4)’ 8월호에 정식 게재됐다.
연구팀은 투명 실리콘 고분자 소재인 PDMS(Polydimethylsiloxane)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식의 신소재 가공 기술을 제시했다. 레이저 출력 강도에 따라 표면의 열적·광학적 성질이 달라지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고출력 레이저로 가공하면 소재 표면이 하얀색 다공성 구조(SiO₂ 중심)로 변하며 햇빛을 반사하고 열을 방출해 냉각 기능을 수행한다. 반대로 저출력 레이저로 처리하면 검정색 다공성 구조(SiC 중심)가 형성돼 태양광을 흡수하고 가열 기능을 담당한다. 즉, 동일한 투명 소재에 단일 레이저 공정만 적용해 상황에 맞게 냉각과 가열을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증 시험에서도 성능이 입증됐다. 연구진은 낮 동안 실외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냉각 표면은 주변보다 평균 5.89℃ 낮게 유지됐고 가열 표면은 58.1℃까지 자체 상승해 안정적인 열제어 효과를 보여줬다. 건물 지붕에 해당 소재를 적용한 에너지 시뮬레이션 결과 연간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최대 26.5%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응용 가능성은 광범위하다. 흰색 냉각 표면과 검정색 가열 표면 간의 온도 차이를 이용하면 태양열 기반 열전 발전기를 제작할 수 있어 ‘플러스에너지’ 개념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가열 기능을 활용한 바닷물 증발·담수화 시스템, 태양광 기반 물 수확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기존 열관리 방식의 한계를 넘어선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냉각과 가열을 구현하기 위해 각각 다른 소재와 복잡한 공정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소재와 장비만으로 저비용·고효율의 열제어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건물 외장재, 야외 전자기기, 에너지 하베스팅 등 다방면의 산업 적용이 기대된다.
고승환 교수는 “복잡한 제조 없이 단일 소재로 냉각과 가열을 자유롭게 구현한 것은 열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건축, 전자, 에너지 산업에서 응용 가능한 원천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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