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정부가 근로자 권리 강화를 위한 대대적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주휴수당과 퇴직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퇴직연금을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고 퇴직금은 1년 이상 근속해야 지급 대상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과 유급휴가가 보장되고, 3개월 이상 일하면 퇴직금 지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이번 개편이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주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는 주휴수당 대상에서 배제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편의점, 카페, 음식점 등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청년층이 대표적 사례다. 퇴직금 역시 단기간 근로자를 배제해온 탓에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근로 기간이 짧더라도 퇴직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어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련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도 손본다. 현재는 300인 이상 대기업만 의무 가입 대상이지만 2030년까지는 모든 사업장이 순차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100~299인, 30~99인, 5~29인, 마지막으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도 노후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예컨대 배달 라이더와 보험설계사, 대리운전 기사 등도 퇴직연금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개편은 근로자 권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사업주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주휴수당과 퇴직금 지급 확대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대응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단기 아르바이트생까지 퇴직금 지급 의무가 생기면 인력 운용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연금 의무화 역시 중소 사업주에게는 금융·행정 처리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계는 “최소한의 근로권 보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현실을 고려한 지원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 같은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근로자 권리 강화와 함께 사업주 부담 완화를 위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책이 실제 입법화되면 근로 현장의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시간 근로자, 단기 근속자, 플랫폼 노동자까지 보호받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국 노동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지 정부의 보완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출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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