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르지오 아르마니 인스타그램
사진=조르지오 아르마니 인스타그램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세계 패션계의 거목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향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르마니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으며, 장례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참석하는 비공개 형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다만 시민들을 위한 추모는 며칠간 아르마니 극장에서 마련돼 전 세계 팬과 업계 관계자들이 애도의 뜻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아르마니는 1975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50년 가까이 세계 패션계를 이끈 아이콘이었다. 특히 1980년대 선보인 ‘소프트 숄더’ 수트는 기존의 뻣뻣한 어깨 라인을 탈피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한 혁신적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다. 이 스타일은 남성복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전 세계 직장인들의 옷장을 바꿔놓았다.

그의 영향력은 런웨이에만 머물지 않았다. 영화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아르마니의 이름은 곧 세련됨과 절제된 우아함의 상징이었다.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리처드 기어가 입었던 아르마니 수트는 한 세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는 공식 유니폼을 디자인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넓혔다.

기업으로서의 아르마니 그룹은 매출 23억 유로를 기록하는 거대한 패션 제국으로 성장했다.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 뷰티, 호텔 사업까지 확장하며 명실상부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상업적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이탈리아 장인정신과 절제된 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르마니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애도가 잇따랐다. 줄리아 로버츠는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고 했고, 리어디아 디카프리오 역시 “패션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많은 영감을 주신 분”이라며 추모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도나텔라 베르사체 등 패션 업계 인사들도 잇달아 애도를 표하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작품과 광고 사진을 공유하며 “우리가 입은 수트 안에 그의 철학이 살아 있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패션 전공 학생들은 “아르마니를 통해 옷의 본질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것임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별세는 패션사에 한 시대의 막을 내리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샤넬의 코코 샤넬, 입생로랑의 이브 생로랑과 함께 20세기 패션사를 이끌었던 인물로 꼽히는 아르마니의 부재는 그만큼 큰 공백을 남긴다. 하지만 그가 남긴 디자인 철학과 브랜드 유산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며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컬렉션을 지휘하던 불굴의 거장은 이제 무대를 떠났지만 그가 일궈낸 미니멀하고 우아한 스타일은 여전히 세계 패션계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