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도심 속 비어 있는 호텔과 상가, 사무실 건물을 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비주택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이 4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국적으로 약 1만 가구 규모의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며 정부와 LH에 사업 재개를 권고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2·4 주택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2025년까지 4만1천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구조 변경에 따른 높은 비용과 복잡한 법적 절차, 건축 성능 저하 우려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고 일부 시범 사례만 남긴 채 사실상 중단됐다. 대표적으로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관광호텔을 청년 임대주택으로 바꾼 ‘안암생활’ 프로젝트가 알려진 사례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국 도심의 비주거시설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약 4,600가구, 경기·인천 지역에서 3,220가구, 지방 광역시에서 약 2,300가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단순히 숫자를 넘어 도심 속 방치된 공간을 주거 자원으로 바꾸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해외 사례도 눈길을 끈다. 팬데믹 이후 오피스 공실이 급증한 뉴욕시는 ‘오피스→레지던스 전환’ 정책을 추진해 이미 2만8,500가구를 주거용으로 바꿨다. 세제 혜택, 용적률 인센티브, 신속 인허가 절차가 결합된 정책 덕분이다. 뉴욕시는 오는 2030년까지 7만 가구 이상을 추가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원은 이 같은 사례를 국내 정책 설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적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한 바 있어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LH 관계자는 “도심 활성화와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사업”이라며 “민간과 협업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구조 변경에 따른 안전성 확보, 리모델링 비용 분담, 임대료 책정 방식 등이다. 특히 민간 사업자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공공 기금이 얼마나 투입될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청년과 1인 가구 같은 주거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임대주택을 신규로 건설하는 것은 부지 확보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리모델링은 빠르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LH 연구원의 권고를 바탕으로 사업 재개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도심 속 공실을 임대주택으로 탈바꿈시키는 이번 사업이 실제로 다시 가동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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