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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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최근 인테리어와 패션에서 ‘할머니 감성’이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된 듯한 꽃무늬 벽지, 레이스 달린 커튼, 묵직한 원목 가구, 도자기 소품 같은 아이템이 과거의 향수로만 여겨졌던 것을 넘어 새로운 유행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복고와 감성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흐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생활과 디지털 과부하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주는 인테리어가 선택받고 있다. 플라워 패턴 패브릭, 앤티크 테이블, 라탄 바구니, 크리스털 조명 등은 SNS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힙한 아이템’으로 재해석되며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확인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랜밀레니얼(Grandmillennial)’ 또는 ‘그래니시크(Granny Chic)’라 불리며 오래된 집에서 볼 법한 치프(chintz) 패브릭이나 자수 쿠션, 빈티지 수납장 등이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자극하고 있다. 글로벌 인테리어 전문 매체 더 스프루스는 “이전에는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요소들이 새로운 세대의 창의적 표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MZ세대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히 따라가기보다 개성과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할머니 집 분위기지만 카페처럼 꾸며졌다”, “어릴 적 기억과 힙한 감성이 동시에 담겼다”는 누리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을지로 골목의 오래된 다방이나 시골집 분위기를 살린 카페들이 ‘할메니얼 핫플’로 주목받으며 상업 공간에서도 적극 차용되는 모습이다.

패션 분야에서도 할머니 감성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레이스 블라우스, 진주 액세서리, 니트 가디건 같은 아이템이 MZ세대 스타일링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화려한 패턴과 고풍스러운 디테일이 ‘촌스럽다’는 인식을 넘어 오히려 세련된 개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브랜드들도 관련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할머니 감성이 단기간의 유행이 아닌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도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과 향수’를 찾는 심리가 강해지고 이에 따라 편안한 분위기와 따뜻한 정서를 담은 공간과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뉴트로 이후 확장된 문화 코드가 일상 전반으로 파급되며 장기적인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기도 한다. 일부는 “할머니 집에서 보던 무늬가 그대로 돌아와 신기하다”고 반겼지만 다른 이들은 “예전에는 버리던 물건들이 유행이라니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SNS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소비와 공유가 이어지면서 할머니 감성은 앞으로도 생활 속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