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elford Exotic Zoo
사진=Telford Exotic Zoo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영국 테포드(Shropshire)의 한 동물원에서 암컷 도마뱀이 수컷의 도움 없이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익스틱 주(Exotic Zoo)의 카스크헤드 이구아나(casque-headed iguana)가 순전히 홀로 알을 낳아 부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 현상은 ‘처녀탄생’으로 불리는 무성 생식(parthenogenesis)의 한 예로, 도마뱀 새끼 8마리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도마뱀은 수컷과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는 상태였고 동물원 측은 알을 배양기(incubator)에 넣어 관리하던 중 난자가 수정 없이도 생명을 유지하고 발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끼들은 모두 암컷이며 어미의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한 유전적 복제체(clones)라고 한다. 이는 진화생물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동물 보전 및 유전 다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동물원 관계자는 “처음 알이 생존 가능한 상태처럼 보여 부화시켜 보았는데 이렇게 무사히 부화할 줄 몰랐다”며 “새끼들이 건강하게 움직이고 먹이도 잘 먹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새끼들은 파충류 전문 사육실에서 온도와 습도 등을 세심하게 관리 받으며 키워지고 있다. 나중에 동물원 방문객들에게 공개될 계획이다.

무성 생식은 식물, 곤충, 물고기에서도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지만, 척추동물 특히 파충류에서는 매우 희귀하다. 스미소니언 등 다수의 연구에서는 이구아나 종류, 워터 드래곤, 콤ODO 드래곤 등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관찰된 바 있다. 테포드의 경우도 그러한 전례 중 하나이며 과학자들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개체 하나로 인한 종 보전 가능성과 유전적 다양성의 한계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현상이 자연 조건 또는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것인지 혹은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환경 자극 등이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암컷이 수컷 부재 상태에서 번식 압박을 느꼈을 때 무성 생식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 이러한 번식 방식은 개체 수가 적거나 수컷을 찾기 힘든 환경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무성 생식이 항상 이상적인 방식은 아니다. 새끼들이 모두 어미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므로 유전적 다양성이 낮고 질병 저항성이나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이들이 성체가 되었을 때 번식을 계속할 수 있을지 혹은 수컷 필요한 유성생식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 사건은 단순히 ‘희귀한 뉴스’에 그치지 않고 자연 생식 방식의 다양성과 진화적 유연성, 동물원 및 멸종 위기종 보전에서의 잠재적 실천 방향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암컷 도마뱀의 이 부화 사건이 앞으로 자연계나 연구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얼마나 더 보고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