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슬픔을 완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그리프테크(Grief Tech)’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목소리·영상·사진을 학습한 AI가 고인의 모습을 복원하거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늘면서 사용자들의 관심과 논의가 동시에 확산되는 모습이다.
해외 매체 테크라운드는 최근 그리프테크 시장 규모를 약 1000억 파운드(188조 원)로 추산했다. 챗봇과 홀로그램을 통해 고인과 대화하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핵심으로 영국·미국·중국 스타트업이 앞다퉈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고인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거나 생전 표정과 제스처를 복원해 디지털 아바타를 제작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중국 스타트업 ‘슈퍼 브레인’은 사진과 오디오 기록만으로도 아바타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도 영상 기반 추모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돌아가신 부모님과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는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상실감이 완화된다고 전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의존이나 애도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상실 직후의 과도한 기술 사용이 애도의 정상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동의 문제, 남겨진 가족의 권리 보장 등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상업적 이용이 확산될 경우 고인의 기록이 무단으로 활용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그리프테크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수요가 맞물리며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의 대화 품질이 개선되고 디지털 휴먼 구현이 정교해지면 가상 추모 서비스는 더욱 현실감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적 진화와 함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도의 영역을 존중하는 제도적 논의 없이는 건강한 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서비스 제공 전 심리 상담을 권유하거나 일정 기간 후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기능을 도입해 윤리적 문제를 줄이려 하고 있다.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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