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마켓, 알리익스프레스
사진=지마켓, 알리익스프레스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그룹 지마켓(G마켓·옥션)과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을 설립하여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합작 승인은 국내 이커머스 및 해외직구 시장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움직임이다.

공정위는 특히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두 회사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 공유를 금지하는 조건을 부과했다. 이름·ID·전화번호·검색 기록 등 이용자 개인정보와 소비패턴 정보는 기술적으로 분리 관리하며 상호간 이용은 불허다. 해외직구 시장이 아닌 다른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이용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었지만 핵심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된 것이 이번 승인 결정의 주요 포인트다.

시장 점유율이 이번 기업결합의 배경이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약 37.1%의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지마켓은 3.9% 수준이다. 결합 이후 두 플랫폼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40%선을 넘을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 수준이면 기존 쿠팡·네이버 중심의 경쟁 구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이 기업결합 승인과 동시에 향후 3년간 조건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기로 했다. 이행감독위원회를 꾸려서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으며 조건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건 기간은 연장 가능하다.

합작 법인의 출범은 셀러(판매자)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던진다. 셀러들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플랫폼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남아 지역 등 해외 시장에 대한 판로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마켓에 등록된 약 60만 셀러가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오픈마켓 판매자들과 경쟁심화, 가격 하락 경쟁, 소비자 선택권 왜곡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상품 선택 폭이 늘어나고 해외직구 이용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플랫폼 간 경쟁이 축소될 경우 비용·품질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특히 데이터 분리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플랫폼들이 내부적으로 소비자 맞춤형 광고나 인터페이스 개선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공정위 승인 직후 합작사 조직 구성, 이사회 구성, 사업 계획 등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동남아 5개국(싱가포르·베트남·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을 시작으로 해외 판매 확대 전략에 나설 전망이라는 보도가 있다.

이번 기업결합 승인 결정은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과 정보보호, 디지털 플랫폼 규제라는 복합 이슈가 얽힌 사건이다. 사용자 데이터 활용과 플랫폼 경쟁의 균형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그 경계선을 정하는 것이 앞으로 시장 규제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