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라호텔
사진=신라호텔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서울 신라호텔에서 예약된 결혼식이 국가 행사 일정을 이유로 잇따라 취소되면서 예비 부부들의 반발이 거세다. 호텔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약관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인 예비 신랑·신부들은 청천벽력 같은 통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라호텔은 오는 11월 초 예정된 일부 예식 예약자들에게 결혼식 일정 변경 또는 취소를 안내했다. 호텔은 계약 당시 “국가 행사 일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장소 사용이 제한될 경우 예식이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11월 초에 대규모 국가 행사가 잡혀 있어 해당 기간 예약자들에게 조율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보 시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비 부부들은 결혼식을 불과 50일 앞둔 시점에서야 취소 안내를 받았다. 이미 청첩장을 인쇄해 발송했고 드레스와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 계약까지 마친 경우가 많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한 예식 예약자는 “계약할 때 국가 행사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갑자기 취소하라니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호텔 측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날짜를 제시하고 이미 발생한 비용은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위약금이나 위자료 부담은 호텔이 책임지며 청첩장과 드레스, 촬영 등 외부 계약으로 인한 피해 보상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비 부부들은 “결혼식 날짜는 대체할 수 없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라며 금전적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호텔 측에 결혼식 취소 요청을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 행사 일정이 호텔 내부 결정과 맞물리면서 생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적 계약이 국가 일정 때문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호텔이 국가 행사 방패 뒤에 숨은 것 아니냐”, “예식 두 달 앞두고 이런 통보라니 말이 되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신라호텔 결혼식 취소 사태는 향후 대형 호텔 예식 계약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약관에 국가 행사 조항이 명시돼 있더라도 실제로 언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투명하게 고지하지 않으면 같은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