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서울 신라호텔이 국가행사 일정으로 인해 예정된 결혼식 일부가 취소되면서 고객에게 예식비 전액을 지원하는 파격 조치에 나섰다. 웨딩 예약을 마친 예비부부가 불가피하게 일정을 미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호텔 측이 모든 비용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오는 11월 초 특정 국가행사 개최로 웨딩홀 사용이 어렵게 되자 이미 예약한 고객들에게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는 안내를 전달했다. 한 예비부부는 내년 3월로 결혼식을 연기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약 1억6천만 원 규모의 예식 비용을 호텔이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호텔은 식대, 홀 사용료, 장식 등 예식 관련 모든 비용을 포함시켜 환불 및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신라호텔 측은 “국가 행사로 인해 일정이 불가피하게 변경된 점에 대해 고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개별 협의가 진행 중이고 세부 내용은 고객 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내 호텔업계에서도 드물게 볼 수 있는 이례적 보상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수억원대 비용을 호텔이 직접 부담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통보 시점이다. 예식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 취소 통보가 전달돼 예비부부 입장에서는 드레스, 촬영, 청첩장 발송 등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따른 혼란과 추가 비용 문제는 불가피했고 호텔이 전액 보상에 나선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라호텔이 주요 정상급 인사의 숙소로 거론되면서 보안 및 운영 차원에서 웨딩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민간 계약이 국가 일정으로 파기됐다면 투명하게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고객 권리와 국가 행사라는 두 이해가 충돌하면서 불거진 사례다. 예식 계약서에 ‘국가 행사 등 불가항력 사유 시 일정 변경 가능’이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객들은 여전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웨딩업계에서는 “신라호텔의 보상 방침이 브랜드 신뢰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예식장들도 같은 수준의 보상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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