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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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소득 격차의 상당 부분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아닌 출생과 동시에 주어진 조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사회적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성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출생지 등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요인이 성인의 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으로 가계 소득 불평등의 4분의 1 이상이 부모의 학력과 직업, 출생지, 성별 같은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특히 성별은 개인 소득 차이를 설명하는 데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꼽혔다. 성별은 전체 소득 격차의 약 4분의 1 정도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서 아버지의 학력·직업과 어머니의 학력 등이 중요한 변수로 확인됐다. 이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 간의 노동시장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특히 결정적인 요소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부모의 직업과 학력이 자녀의 교육 성취와 취업 기회, 그리고 장기적으로 소득 수준까지 좌우한다고 밝혔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도시와 농촌 학생 간 성취 격차가 뚜렷했지만 부모 배경을 통제하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업 성취와 미래 기회 역시 개인의 능력보다는 부모가 어떤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세대별로는 기회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미국과 남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1970년대생보다 1980년대생에서 기회 불평등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 세대일수록 부모 배경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노력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힘든 구조적 장벽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누진적 조세 제도를 제시했다. 소득세와 재산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불평등을 최대 4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장애수당, 실업급여, 노령연금, 자녀수당 등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사회 안전망이 기회의 평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을 직접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OECD가 제시한 수치와 진단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꼽히는 만큼 보고서의 메시지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조건이 개인의 소득과 기회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OECD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기회의 평등은 사회적·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와 사회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사회 통합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성별과 부모 배경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