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카페나 식당처럼 시끄러운 공간에서 대화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이들이 이를 청력 문제로만 생각하지만 최근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실린 연구는 전혀 다른 원인을 지목했다. 바로 인지 능력, 즉 IQ가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를 분리해 듣는 능력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상 청력을 가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다중 화자 환경 실험을 진행했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상황에서 특정 화자의 발화를 구분해 듣도록 하는 과제를 부여했고 이를 통해 참가자의 ‘카페 청력’ 능력을 평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순 청력 검사에서는 차이가 없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실제 소음 환경에서는 성과가 크게 갈렸다. 그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은 IQ 점수와 지각 추론 능력 등 인지 지표였다.
연구에 따르면 IQ가 높은 참가자일수록 배경 잡음을 걸러내고 원하는 목소리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는 귀가 소리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만으로는 대화 이해가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소음을 억제하고 목표 화자의 발화를 선택해 인식하려면 뇌가 언어와 음소를 빠르게 처리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소음 환경에서의 듣기는 청각적 기능과 인지적 처리 능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다만 연구 규모는 크지 않았다. 참가자 수가 50명 미만에 불과해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도 인정했다. 추가 연구와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출발점에 가깝다. 그러나 ‘청력은 정상인데 왜 카페에서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듣지?’라는 의문에 새로운 해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음 속 대화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단순히 귀 검사만이 아니라 인지 능력 검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청력이 정상이라도 소음 속 대화 능력이 떨어진다면 뇌의 청각 정보 처리 과정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 보청기나 청각 보조 기기만으로는 충분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환경 개선이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전략도 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소음원을 등지고 앉거나 화자의 입 모양을 보는 방식으로 보조 단서를 활용하면 대화 이해가 수월해진다. 동시에 환경적 소음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가 직접 제안하듯 ‘귀’와 ‘뇌’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앞으로 청력 관리의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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