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서울대 에브리타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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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서울대학교의 한 강의에서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교수에게 직접 성적 재조정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학 내 ‘학부모 간섭’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해당 내용은 서울대 내부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글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현재 학생 및 교육계 전반에서 대학생의 자율성과 교수 재량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자유게시판 글에 따르면, 서울대 이과대학 소속 조교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한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는 절대로 이런 성적을 받을 애가 아니며, 재채점 후 성적을 조정해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해당 학생에게 직접 연락해 “부모가 다시는 이런 연락을 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알렸다고 전했다.

이 글은 “성적 클레임을 학부모가 하다니 어처구니없다”는 반응과 함께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되며, 대학생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에 의해 평가 절차에 간섭받는 현실을 지적하는 여론을 촉발시켰다.

학부모 민원 증가…“고등학교식 개입, 대학으로 옮겨붙었다”

실제 서울대뿐 아니라 다수의 대학에서도 최근 수년간 학부모의 전화, 이메일을 통한 간접 항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소재 한 국립대 교수는 “성적 발표 이후 ‘우리 아이가 왜 B를 받았는지 설명해 달라’, ‘교과목이 너무 어렵다’는 민원을 부모가 직접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일각에서 ‘헬리콥터 맘(과잉보호 부모)’의 대학가 상륙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한 교육 칼럼니스트는 “과거에는 입시를 끝으로 학부모의 개입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취업·스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생활마저 부모의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학사 자율성 침해 우려…대학생은 성인임을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성적 민원이 단순한 의견 전달을 넘어 대학 교육의 근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현주 서울교육정책연구소장은 “대학의 학사 운영은 학생 개인의 책임과 교수의 재량을 전제로 성립되는 구조”라며, “학부모의 직접 개입은 학생의 자율성과 판단 능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교수의 평가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학생 본인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대신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은 오히려 자녀의 사회적 자립을 방해한다”며, “대학생을 여전히 ‘부모가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 학사 민원 대응 매뉴얼 필요…교육 신뢰 회복 시급

일부 대학은 이 같은 민원 증가에 대응해 교수 개인 연락처 비공개, 학생 상담창구 통합 운영, 학부모 민원 대응 매뉴얼 정비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안은 아니지만,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학내 기준 마련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 커뮤니티에서도 “학점은 본인의 노력과 결과물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지, 부모의 간섭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성적 관련 민원은 오히려 모든 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학생의 성적 평가라는 민감한 영역에 부모가 개입함으로써 발생한 첫 사례가 아니며, 교육 현장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보호자 중심 사고와 학사 자율성의 충돌을 드러낸다. 대학이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수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