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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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정부가 전국 단일 체계로 운영돼온 전기요금에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갈등, 공정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력자립률을 기반으로 한 차등 요금제 적용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력자립률이란 해당 지역이 스스로 발전해 소비하는 전력량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를 요금 체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발전소가 밀집한 충청·호남·영남 일부 지역은 요금을 낮추고 소비 위주의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송전 비용과 계통 부담을 반영해 요금을 높이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더욱 속도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기를 만드는 지역은 싸게, 멀리서 끌어다 쓰는 지역은 더 내는 것이 공정하다”고 언급하며 차등 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하반기 도매요금부터 지역별 차등화를 시작해 단계적으로 소매요금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히 자립률 수치만으로 요금을 정할 경우 예상치 못한 역설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일부 지역은 자립률이 높지만 계통 안정화 비용이나 송전 혼잡 비용이 큰 탓에 요금 인상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전체의 균형과 비용 구조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특정 지역에 불공정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전력다소비 업종이 몰린 지역에서는 요금 인하가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인상 폭이 크지 않더라도 전력 사용량 자체가 압도적인 만큼 가계와 기업 모두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가정용 전기요금이 5~10% 오를 경우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정이 체감하는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실행에서 가장 큰 쟁점은 권역 설정 방식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를 단순히 구분하는 모델부터 전국을 세분화해 권역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모델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지역별 이익과 손해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범 사업과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기요금 특성상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에너지 정책 전반을 뒤흔드는 대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