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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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불리는 쿠마리 전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카트만두에서 불과 2세 8개월의 소녀 아리아타라 샤캬가 새로운 왕실 쿠마리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쿠마리는 힌두교와 불교가 혼합된 네팔 특유의 신앙에서 기원한 제도로 어린 소녀를 여신 탈려의 현신으로 섬기며 공동체의 신성한 상징으로 삼는다.

쿠마리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소녀’를 뜻한다. 쿠마리가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체적 결점이 없어야 하고, 음성과 눈매, 손발 모양 등 32가지 완전성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조건으로 전통적으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나 동물의 머리를 보여주며 공포 반응을 시험하는 절차도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 과정을 통과한 소녀는 여러 정화 의식을 거쳐 탈려 여신의 현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쿠마리로 선출된 소녀의 삶은 일반 아이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녀는 쿠마리 전용 저택인 ‘쿠마리 가르’에서 생활하며 축제나 공식 의식을 제외하면 외부 활동이 거의 제한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쿠마리가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전통이다. 쿠마리가 외출할 때는 반드시 팔레퀸이나 이송 도구를 통해 이동해야 하며 발끝조차 신성시된다. 대중은 정해진 의식 때만 쿠마리를 볼 수 있으며 그녀의 발에 손을 대고 축복을 비는 것이 전통적인 관습으로 이어져왔다.

쿠마리의 임기는 길지 않다. 첫 월경이 시작되는 순간 신성함이 끝났다고 보고 퇴위하게 된다. 이후 쿠마리는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며 교육과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신비로운 신앙의식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너무 어린 나이에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교육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동권 침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성 인권 단체들은 쿠마리 제도가 전통을 이유로 어린 소녀들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지적해왔다.

새로운 쿠마리로 선출된 아리아타라 샤캬는 인드라 자트라 축제에 맞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공식적인 여신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녀의 전임자인 트리슈나 샤캬는 2017년부터 임기를 수행하다 사춘기를 앞두고 물러난 바 있다. 카트만두 시민들은 매년 열리는 종교 행사에서 쿠마리를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으며 관광객들에게도 쿠마리 제도는 신비로운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마리 제도는 네팔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통으로 존중받는 동시에 아동권과 여성의 권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네팔에서는 쿠마리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은퇴한 쿠마리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안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