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2025년 노벨 화학상은 금속과 유기 분자를 결합한 다공성 구조체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MOF)’ 연구에 바쳐졌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일본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명예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명예교수, 오마르 M. 야기 미국 UC버클리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간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를 결합해 내부에 수많은 빈 공간을 가진 결정 구조를 만들어내며 기존 소재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선택적 흡착과 저장 기능을 실현했다. 위원회는 “원자와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장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MOF는 구조가 격자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어 내부에 마이크론 단위의 구멍이 존재한다. 이 빈 공간은 이산화탄소, 수소, 수분 등 특정 분자를 선택적으로 흡착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 초기에는 실험실 수준의 결정 구조에 불과했지만 야기 교수 등이 구조 설계 원리를 정립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산업적 응용 가능성이 열렸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한 뒤 태양열로 물을 추출하는 장치에 MOF가 사용되고 있으며 사막이나 재난 현장에서 식수가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포집 기술에서도 MOF는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산화탄소만을 골라 흡착한 뒤 다시 분리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가 이미 보고된 상태다.
세 수상자의 역할 분담은 뚜렷하다. 롭슨 교수는 1980년대 후반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의 결합을 이용해 세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고 기타가와 교수는 MOF 내부가 실제로 기체가 드나들 수 있는 구조임을 입증해 응용의 길을 열었다. 야기 교수는 다수의 MOF를 체계적으로 설계해 백과사전처럼 정리해 학계의 기반을 만들었다.
과학계에서는 이 수상이 ‘분자 설계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기존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활용하거나 우연히 발견된 촉매를 응용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MOF는 원자 단위에서 원하는 구조를 조립해 새로운 기능을 설계하는 접근이다.
상금은 총 1100만 스웨덴 크로나로 세 명이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12월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국내 연구진들은 “이번 수상이 탄소 포집과 수분 추출 등 기후 기술 분야의 관심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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