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Visitphuquoc
사진=Visitphuquoc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베트남 남단의 작은 섬 푸꾸옥(Phú Quốc)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특히 최근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 푸꾸옥 남부 지역은 ‘가성비 몰디브’라는 별칭을 얻으며 급부상 중이다. 자연, 음식, 역사, 체험이 모두 녹아 있는 곳이 바로 푸꾸옥 남부다.

푸꾸옥 남부에서 여행자가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곳은 사오비치(Bai Sao)다. ‘하얀 모래 위 누워 있기만 해도 인생샷이 나온다’는 말처럼 이곳은 현지인조차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기 해변이다. 투명에 가까운 바닷물과 숲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풍경은 동남아 어디서도 찾기 힘든 고요함을 선사한다.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가 없는 대신 소음도 없다. 파라솔 하나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왜 왔는지’에 대한 답이 된다.

하지만 푸꾸옥 남부는 해변만 있는 휴양지가 아니다. 코코넛 감옥(Coconut Prison)은 이 섬의 역사적 그림자를 말없이 증언하는 곳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베트남 전쟁까지 이어진 억압과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아름다움과 대조되며 여행자에게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남긴다. 단순 관광이 아닌 이해와 존중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장소다.

자연과 역사를 잇는 다음 행선지는 호국사원(Ho Quoc Pagoda)이다. 해안 절벽 위에 세워진 사원은 바다를 향해 마주하고 있으며 해 뜨는 시간에 방문하면 아침 안개 사이로 솟는 붉은 햇살이 사찰의 지붕을 물들인다. 여행 중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아마 이곳에서일 것이다.

체험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진주 농장과 심 와인 공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진주 양식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기념품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진주 농장은 연인 혹은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인상적인 코스다. 반면 심 와인 공장은 푸꾸옥 특산 열매 ‘심’을 활용한 와인과 캔디, 꿀을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맛과 향 모두 베트남만의 색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액젓 공장과 후추 농장도 더해지면 어느덧 여행자는 푸꾸옥의 문화적 정수까지 맛보게 된다. ‘휴양지에서 놀다 왔다’는 말 대신 ‘푸꾸옥을 보고, 듣고, 먹고, 느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여행에는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남부 지역은 중심지와 거리가 멀어 택시 비용이 크게 늘 수 있으며 현지 택시의 바가지 요금 피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동 시에는 앱 기반 택시 예약이나 하루 렌탈 차량이 효율적이라는 팁이 공유된다. 또 우기 시즌(7~9월)의 경우 스콜성 비와 바람으로 인해 해상 투어가 갑자기 취소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꾸옥 남부는 지금 떠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관광객이 몰리기 전의 조용한 풍경, 바다와 사찰, 역사와 음식이 조화된 이 작은 섬은 시간이 멈춘 듯한 휴식을 제공한다. 동남아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온도를 가진 이곳에서의 며칠은 여행자에게 ‘다음엔 북부도 가봐야지’라는 말을 남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