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인형뽑기 기계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들만이 아니다. 최근 ‘뽑기’와 ‘도파민’의 합성어인 ‘뽑파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인형뽑기 열풍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취미를 넘어 성취감과 도파민을 자극하는 감정 소비로 진화한 셈이다.

실제로 서울 도심 주요 상권과 쇼핑몰에는 ‘가챠존’, ‘인형뽑기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청소년게임제공업장 수는 2022년 215곳에서 2024년에는 1,143곳으로 증가했다. 일부 대형 마트는 100곳 넘는 점포에 가챠 기기를 설치했으며, 편의점, 카페에도 뽑기존을 들여오며 소비자 접근성을 넓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확산 배경으로 ‘즉각적 보상 체계’를 꼽는다. 뽑기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짧고 강렬한 성취감은 도파민 분비와 직접 연관되며 반복적인 시도 속에서도 언제든 ‘한 방’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소비자의 뇌를 자극한다. 이는 실제 중독적 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29세 직장인은 “스트레스 받을 때 2,000원짜리 두 번 뽑는 게 진짜 리프레시 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30대는 “성공할 때 그 쾌감이 말도 못한다. 하루 고생 다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성인층에서도 ‘뽑기’는 소확행에서 감정 해소의 루틴으로 이어지고 있다.

SNS의 영향력도 크다. “오늘도 하나 뽑았다”, “10판 만에 성공”이라는 게시물과 인증샷은 타인과의 비교를 부추기고 더 나아가 과시적 소비의 한 형태로 뽑기를 포장한다. 특정 한정판 피규어나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뽑기 아이템으로 등장하면 해당 기계 앞에는 줄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 트렌드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경계할 점도 있다. 뽑기의 무작위성은 사행성을 자극할 수 있고 실제 ‘하루 5만 원 이상 썼다’, ‘한 개도 못 뽑고 빈손’ 같은 후회성 후기들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위조 완구 적발 건수도 지난 1년 사이 5배 넘게 증가해 품질과 안전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뽑파민’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찾는 ‘작은 확실한 만족’이자 새로운 형태의 감정소비 문화다. 하지만 이 짧은 쾌감의 반복이 결국 과소비와 중독, 저품질 제품 유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와 당국의 감시와 소비자의 주의가 함께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