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수력원자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에너지 기업으로 알려졌던 한국수력원자력이 의료 분야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놀라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22년부터 국내 주요 병원들과 협업해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방사선 치료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이 치료법이 실제로 통증과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21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무릎 관절염 치료에 방사선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한수원과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전향적 무작위대조시험(RCT) 방식으로 기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0.05 Gy 또는 0.5 Gy라는 매우 낮은 선량의 방사선을 3주간에 걸쳐 총 6회 조사했다.

추적 관찰 결과 방사선 치료군은 대조군보다 통증 및 관절 기능이 8개월까지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12개월까지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의료계에서도 비침습적 치료로 관절염을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엉덩이 등 관절의 연골이 점차 마모되며 통증·운동제한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특히 고령 인구에서 발병률이 높다. 기존 치료는 약물(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나 관절내 주사 후에도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으며,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까지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가 가진 의미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약물치료에 불응하는 환자에게도 짧은 기간 치료로 장기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저선량 방사선을 의료 분야에 접목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서는 아직 “더 많은 환자·장기 추적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방사선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관절염 치료에 있어 방사선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기능·통증을 개선했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기전도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방사선=암 치료”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생활 질환 치료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향후 한수원은 연구를 확대해 다양한 관절 부위 및 다양한 질환으로 적용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방사선 기술이 바이오 헬스 영역으로 확산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