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KM-53 | 사진=국립공원연구원
반달곰 KM-53 | 사진=국립공원연구원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멸종위기종 1급인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가 20년 만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8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과 덕유산을 중심으로 총 95마리 이상의 반달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83%인 79마리가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개체다.

2004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6마리를 시작으로 진행된 복원 사업이 20년 만에 개체 수 15배 증가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특히 올해 봄 지리산에서는 새끼 반달곰 2마리가 동면 굴에서 어미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으며 무인 카메라를 통해 그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환경부가 최초 방사한 51마리를 훨씬 넘어서는 야생 출생 개체가 확인되면서 반달곰 복원 사업은 성공적인 멸종위기종 보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는 "안정적으로 개체군이 증가한 상태이며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반달가슴곰 가계도도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공단은 현재 지리산 일대에 200여 개의 포획틀을 설치해 출생 개체 확인과 위치 추적용 GPS 발신기 부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획틀 안에는 꿀과 참외 같은 먹이를 넣어두며 반달곰이 통 안으로 들어가면 철문이 자동으로 닫혀 포획이 가능한 구조다. 지난해에도 22마리를 포획해 풀어줬으며 이 중 출생이 처음 확인된 곰은 5마리였다. 무인 카메라에는 반달곰들이 드럼통으로 만든 포획틀 위에 올라가 놀거나 통 안에 머리를 넣었다 빼며 포획을 회피하는 영리한 행동도 포착됐다.​​

반달곰의 서식지도 크게 확대됐다. 초기에는 지리산에만 머물던 반달곰들이 이제는 덕유산, 가야산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전북 남원·장수, 전남 광양, 경남 산청·합천·거창, 경북 김천·구미·고령, 충북 영동 등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KM-53(애칭 오삼이)'로 불리는 수컷 반달곰은 '반달곰계의 콜럼버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 수도산과 경남 합천 가야산 등을 오가며 서식지 개척에 나섰다. 오삼이는 번식기인 6~8월에만 지리산을 찾을 뿐 평소에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덕유산에도 3마리의 반달곰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공적인 복원 사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지리산과 덕유산에 서식하는 반달곰 93마리 중 약 60%인 57마리는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GPS 발신기의 배터리 수명이 다하거나 장치가 손상돼 위치 파악이 어려운 개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리산 내 적정 개체 수를 56~78마리 정도로 보고 있어 현재 반달곰 개체 수가 오히려 너무 많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전남 구례에서 60대 남성이 버섯을 채취하다 야생곰과 마주쳐 급히 피하던 중 바위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달곰은 경계심이 많아 탐방객과 마주치는 경우가 드물지만 6~8월 짝짓기 시기에는 활동 반경이 넓어져 인간과의 조우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지리산 권역 복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만큼 이제는 설악산 등 백두대간 전체로 서식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인식 전환과 함께 시민 대상 안전 교육 강화, 예방 설비 구축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4년 복원 사업 시작 당시 '최소 존속 개체군 50마리 확보'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한 만큼 이제는 지속 가능한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