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지난달 약 1500억 원 상당의 프랑스 왕실 보석이 도난당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영상 감시 시스템 접근 비밀번호가 'LOUVRE'라는 충격적으로 단순한 형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정부 내부 문서를 인용해 2014년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국(ANSSI)의 루브르 박물관 영상 감시 시스템 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보안 취약점이 10년 넘게 반복적으로 지적되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감사에서는 루브르 네트워크가 'LOUVRE', 'THALES' 같은 너무 쉬운 비밀번호와 구형 시스템으로 가득하다고 경고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2025년 감사에서도 여전히 윈도우 구형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4년 이후 진행된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감사에서는 20년 된 소프트웨어 사용 같은 다른 심각한 결함도 발견됐다. 특히 공사 기간 중 옥상 접근이 용이했다는 점과 20년 이상 된 보안 소프트웨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으며 해당 소프트웨어는 개발사 지원이 종료된 상태였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이 이런 감사 결과를 받은 이후 비밀번호를 변경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4인조로 추정되는 절도범들은 지난달 10월 19일 오전 9시 30분께 루브르 박물관 아폴롱 갤러리에서 8800만 유로(약 1466억 7000만 원) 상당의 프랑스 왕실 보석 컬렉션 8~9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사다리차를 타고 박물관 외벽 창문으로 침입해 약 7분 만에 절도 행위를 마친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다. 관람객이 많은 개장 직후 시간대에 대담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갱단 중 두 명은 안전장치가 없는 창문과 유리 진열장 두 개를 부순 후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다른 두 명이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이 대낮 강도 사건은 시작부터 끝까지 7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나폴레옹 1세가 두 번째 아내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리고 한때 나폴레옹 3세의 아내가 소유했던 진주 212개와 다이아몬드 약 2000개가 박힌 왕관 등 8개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압둘라예 N을 비롯한 피의자 4명을 체포해 구속했다. 이들 중 3명이 절도 행위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고 공범 1명은 아직 도주 중이라고 한다. 도난당한 유물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루브르 박물관은 연간 약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자 모나리자를 비롯한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다. 이러한 기관에서 기초적인 사이버 보안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은 국제적 망신이자 프랑스 문화 당국의 무능을 드러내는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루브르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박물관들의 보안 시스템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