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오늘 11월 11일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 날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빼빼로데이'로, 농업계에는 '농업인의 날',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한 '가래떡데이'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200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 1964년부터 시작된 '농업인의 날', 1945년 해군 창설 기념일, '보행자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등이 모두 11월 11일에 겹쳐있다.
빼빼로데이는 1993년경 부산광역시 영남 지방의 한 여자중학교(황령산 인근 여고 또는 계성여중)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여학생들이 "빼빼하게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친구들에게 빼빼로를 나눠주면서 시작된 문화로 숫자 '1111'이 빼빼로의 길쭉한 모양과 닮았다는 점이 결합됐다.
이후 롯데제과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1996년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빼빼로 연간 판매량의 50~60%가 빼빼로데이 전후로 판매될 정도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농업계는 11월 11일이 원래 '농업인의 날'(1964년 제정)임을 알리기 위해 '가래떡데이'를 제안했다. 한자 '土(흙 토)'를 파자하면 '十一(십일)'이 되고 숫자 '1111'이 벼 줄기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가래떡데이는 빼빼로데이만큼의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빼빼로데이가 성공한 이유로 숫자 11과의 직관적 연관성, 선물의 용이성, 또래 관계 확인 수단 등 '문화적 적합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가래떡은 포장과 보관이 어렵고 선물 문화로 정착하기에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흥미로운 점은 빼빼로데이도 2016년 이후 소셜 언급량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상업적 기념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인주의 강화, 관계 방식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20~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휴교, 2009년 신종플루 여파 등으로 빼빼로데이 문화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적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빼빼로데이가 원래 농업인의 날인 줄 몰랐다", "가래떡데이도 알려줘야 하는데 빼빼로만 너무 유명하다", "상업적 기념일에 지쳤다", "그래도 친구들과 주고받는 재미는 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 해군 창설 기념일 등 진짜 중요한 날들이 묻혀버렸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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