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일상은 멈추지 않았다. 밥을 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미사를 준비하는 일상 속에서 한 교사는 병상에서 펜을 들었다.
북랩이 최근 출간한 '내가 아파서 다행이야'는 교사이자 엄마, 아내였던 고(故) 박정안 씨가 병상에서 직접 써 내려간 일기와 아내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본 남편 우장문 씨가 이어 적은 기록을 한데 엮은 감동의 실화 에세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박정안 씨가 병마의 고통 속에서도 남긴 한마디인 "내가 아파서 다행이야"는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하는 문장이다. 흔히 병은 삶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박정안 씨에게 병은 오히려 일상의 소중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아이의 교복 바느질, 냄비에서 끓던 미역국, 성당에 들렀던 길목 같은 평범한 순간들이 병과 함께 한순간에 달라졌지만 그 안에서 사랑과 감사는 더욱 깊어졌다.
2017년 병상에서 시작된 박정안 씨의 일기는 그가 상업계 고등학교에서 35년간 교편을 잡으며 학생들과 함께해온 교사로서의 삶,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그는 혈소판 수치와 골수검사, 무균실 같은 차가운 의학 용어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존재했던 '살아 있는 순간들'을 세심하게 남기며 병이 삶을 완전히 앗아가지 못했음을 증명했다.
2018년 이후 남편 우장문 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일기를 완성했다. 중등 역사 교사 및 대학 강사를 역임한 역사 연구자인 그는 아내가 결혼기념일 전날 세상을 떠난 후 일곱 해 동안 일기를 다시 펼치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아내와 딱 30년을 함께 산 그에게 그 일기장은 너무 무거운 기억이었다. 하지만 아내와의 두 번째 약속이었던 '일기를 책으로 남기기'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마음을 추슬렀고 8년 만에 426쪽 분량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 속 표지 그림은 우장문 씨가 꿈속에서 본 아내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어 그려진 것으로 남겨진 자가 마지막으로 붙잡은 사랑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는 가족이 서로를 통해 버티고, 회복하고, 남겨진 삶을 이어가는 힘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내가 아파서 다행이야'는 단순한 투병기를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발견한 사랑의 본질을 담은 기록이다. 병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그 일상을 끝까지 붙들었던 한 가족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4년 설립된 북랩은 지금까지 8천 종이 넘는 도서를 출간하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돕는 퍼블리싱 서포터스 기업이다. '내가 아파서 다행이야'는 2만 2천원에 출간됐으며 북랩 공식 홈페이지(http://www.book.co.kr) 및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