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제주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수필작가인 김은숙 작가가 첫 에세이 '비 오는 날은 사색이 흐른다'를 출간했다. 매년 농사를 지으면서 삶의 단면을 썰어 담은 조각 글들을 오랫동안 모아온 그녀는 이번에 생활의 단상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김은숙 작가는 출간 소감에서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감자 농사에 비유했다. "하얗게 핀 감자꽃이 바람결에 흔들립니다. 저 꽃잎 아래 흙 속 어딘가에서 감자알이 조금씩 부풀고 있습니다"라며 시작한 그녀의 고백은 농부이자 작가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그녀는 "묵묵히 제 안을 채워가는 시간이 있기에 튼실한 감자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 감자의 시간과 마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멈추기를 반복했고 썼다가 지우기를 되풀이하는 과정 속에서 글이라는 씨를 심고, 마음이라는 흙을 다지고, 그 위에 문장이라는 잎을 틔웠다.
"언제쯤 열매를 만날 수 있을까, 그 기다림에 자주 흔들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흙 속에서 감자알을 조심스레 건져 올리듯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고 나면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따뜻함이 마음 깊은 곳에 번졌습니다"라는 그녀의 고백은 농부이자 작가로서 느낀 이중의 수확의 기쁨을 담고 있다.
수필을 공부하는 동안 마음도 여러 번 무너졌다고 그녀는 털어놓았다. 누군가의 문장을 부러워하며 작아지기도 했고 제 글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다시 써 내려갔고, 그 끝에서 늘 작고 단단한 위로를 발견했다. "그건 어쩌면 땅속에서 영글어가는 감자의 속살처럼 조용히 존재하던 삶의 감정"이었다.
이제 첫 수필집을 엮으며 그녀는 "부끄럽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삶의 결을 따라 써 내려온 문장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온기가 되어주길 소망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감자를 심고 마음속 흙에도 조심스럽게 한 문장씩 수확하며 살고 싶습니다"라며 농사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21쪽 분량의 이 책은 6부로 구성됐으며 '누렁이의 봄날 이야기', '흙 내음에 묻은 시간의 빛깔', '비 오는 날은 사색이 흐른다', '연꽃을 닮은 보길도', '열무김치를 담그며', '고구마꽃' 등 제주의 자연과 일상, 가족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손근호는 서평에서 "김은숙의 '비 오는 날은 사색이 흐른다'는 단순한 수필집이 아니라 '삶의 조각들'로 이뤄진 하나의 커다란 초상화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가의 문장은 꾸밈없지만 그 안에 풍부한 감성과 사유가 숨어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맞닿은 부분을 발견하게 하고 내면의 깊은 곳에서 잔잔한 울림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특히 손근호 시인은 이 책이 전하는 '느림의 미학'을 강조했다. "독자는 어느 순간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 속을 거닐고, 때로는 앉아 쉬고, 때로는 울고 웃게 된다. 빠르고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추어 사소한 것들의 의미를 음미하고, 관계와 자연,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돌아보게 한다"며 "문장은 살고, 살면 문장이 된다. 이 아름다운 수필집은 우리 모두에게 삶과 문장의 불가분성을 조용히 일깨운다"고 평했다.
김은숙 작가는 2024년 월간 '시사문단'에서 수필로 등단했으며 현재 제주문인협회, 제주수필아카데미, 구좌문학회,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이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작가, 빈여백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비 오는 날은 사색이 흐른다'는 시사문단 그림과책에서 발간됐으며 1만 8천 원에 교보문고와 대형 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월간 시사문단사는 한국문단에 문학뉴스를 전하고 있는 종합중앙순수문예지로 현재 10만여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800여 명의 기성 문인이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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