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지난달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가스배관을 타고 1층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다 비번 소방관에게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남성은 단지를 서성이며 열린 창문을 찾다가 행인이 없는 틈을 타 배관을 딛고 올라가 창문으로 몸을 밀어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원룸·빌라 등 공동주택 외벽 가스배관을 타고 집 안으로 침입하는 절도·성범죄 사례가 잇따르면서 건물 구조부터 생활수칙까지 입체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는 가스배관 덮개, 가시형 덮개, 특수형광물질 도포 등 다양한 방범 장비를 도입하고 있으나 기존 노후 주택과 개인 주택의 경우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아 주민 스스로의 대비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대책은 가스배관에 방범용 덮개나 안전 트랩을 설치해 사람이 딛고 올라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와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준에 따르면, 지표면에서 일정 높이(통상 2m 이상)까지는 배관을 철제 커버나 가림막으로 감싸거나 가시형 구조물을 설치해 발 디딤 자체를 어렵게 하는 방안이 권고되고 있다.
경찰이 직접 가시 덮개를 설치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경북경찰청 등은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자, 1인 여성가구, 범죄취약 지역 원룸의 가스배관에 가시형 덮개를 설치해 외벽을 타고 올라오는 행위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범죄 예방과 동시에 범인 추적을 돕기 위한 장치도 도입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도시가스 배관, 베란다, 실외기 등 침입 통로로 자주 이용되는 외벽 구조물에 특수 형광물질을 칠한 뒤 경고문을 부착해 범인이 배관을 잡을 경우 손과 옷에 물질이 묻어 추적과 검거에 활용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설계 단계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기 어렵게 만드는 ‘범죄예방 설계’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와 일부 지자체는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에는 수직 배관이 지표면에서 곧바로 2층, 3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배관 높이나 동선, 덮개 구조를 설계 기준에 포함시키고 방범용 덮개 설치를 의무 또는 권고 사항으로 두고 있다.
경찰은 구축 빌라·다세대 주택에 대한 순찰과 점검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경찰서는 노후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을 돌며 가스배관 안전 트랩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설치가 미비한 건물에는 건물주·지자체에 개선을 통보하는 등 현장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생활 속 예방 수칙도 중요하다. 외벽 가스배관 바로 옆에 에어컨 실외기, 화분 선반, 간이 구조물 등을 쌓아두면 ‘발판’을 하나 더 만들어 주는 셈이기 때문에 치워 두는 것이 바람직하고 저층 세대 창문에는 방범창이나 잠금장치 보강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과 지자체의 공통된 조언이다.
가스배관 인근에는 ‘CCTV 작동 중’, ‘가스배관 특수형광물질 도포 구역’ 등 경고 문구를 부착해 잠재적인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야간이나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창문·베란다 잠금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외부에서 볼 수 있는 곳에 현금·귀중품을 두지 않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침입 유혹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스배관을 이용한 침입범죄는 한 번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 주변에서 모방 범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건물주는 방범 덮개 설치 등 물리적 조치를 서둘러야 하고 지자체와 경찰은 노후 주택에 대한 예산 지원과 점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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