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지난 7월 초,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실 직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에게 갑작스럽게 공개된 이 사실은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배경에는 ‘동대표의 반복적인 갑질’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원 9명, 전원 사직… 이유는 “도 넘은 갑질”
해당 아파트는 1,0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대단지로, 관리사무소에는 소장을 포함해 총 9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6명이 6월 30일, 나머지 3명이 7월 3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관리 인력이 모두 사라졌다.
직원들은 사직서를 통해 동대표 일부가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갑질을 해왔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욕적인 언행 ▲비상식적인 지시 ▲휴가 일정 간섭 ▲채용 간섭 ▲수당 축소 등 총 9가지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특히 “밤에 잠 못 자게 해줄까”라는 협박성 발언, 쓰레기통을 발로 차며 화를 낸 사례, 새벽 시간대의 업무 지시, 여름휴가 승인 거부, 명절 상여금의 일방적 삭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 직원은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사실 아니다… 일방적 주장”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는 반박에 나섰다. 회장 C씨는 “직원들이 사전에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고, 사직서에서도 구체적인 정황 설명이 부족하다”며 “공동주택 관리법에 따라 직원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행정기관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명절 상여금 삭감은 전체 직원에게 동일 기준으로 지급되도록 변경한 것이며, 임금은 약 3% 인상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책임 회피”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북구청·고용노동부, 실태조사 나서
사태가 커지자 울산 북구청은 해당 아파트에서의 갑질 논란과 근로자 전원 사직 배경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관리실 직원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 고용노동부에도 관련 조사가 요청된 상태다.
북구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입대의나 위탁업체에 위법 행위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위탁관리업체는 긴급 대체 인력을 투입해 아파트 관리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력 충원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에서도 논란 확산… “사직은 신호탄”
이번 사건은 언론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수의 누리꾼은 “모두 사직할 정도면 사정이 심각했던 것”, “근로자 보호가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입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아파트 내부 갈등’으로 보기보다는, 공동주택 관리의 구조적 문제로 확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동대표가 과도한 권한을 휘두르는 일이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내 권력 구조, 개선 필요”
아파트 동대표는 입주자들이 선출하는 대표로, 관리비 사용이나 인사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감시할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울산 아파트 사직 사태는 이러한 제도의 빈틈이 만든 결과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입대의의 권한을 투명하게 하고, 입주민과 직원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와 중재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향후 관건은 행정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의 진실은 울산 북구청과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동대표의 갑질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해당 대표에 대한 법적 조치와 함께 전국 공동주택 관리 제도의 개선 논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입주자와 근로자가 함께 생활 공간을 만들어가는 아파트. 그 안에서의 관계가 어느 한쪽의 권력 남용으로 무너졌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 전체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중요한 경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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