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다랑어 1,300여 마리가 어획 할당량(쿼터) 초과로 인해 전량 폐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참치는 몸길이 1∼1.5m, 무게 130~150kg에 달하는 고급 어종으로, 한 마리당 수백만 원의 고가에 거래되지만, 이번에는 수협 위판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포항·영덕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 8일 동해 연안에서 참다랑어떼가 발견돼 다수의 어선이 어획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곧 수협의 ‘쿼터 초과’ 통보를 받고 위판을 포기해야 했다. 어민 A씨는 “참다랑어는 바다의 로또라 불릴 정도로 귀한데, 정작 잡고도 팔 수 없다면 누가 조업을 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의 규정에 따라 연간 참다랑어 어획량을 1,219톤으로 제한받고 있다. 지역별 할당량 또한 명확히 나뉘어 있어, 경북 연안에는 약 53톤가량이 배정되어 있다. 수산 당국은 “이미 할당량을 초과한 상황에서 해당 참치는 위법 어획물로 간주돼 위판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처럼 대량 어획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보관하거나 유통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고, 법적으로도 경매 자체가 금지된다는 점이다. 일부 어획물은 사료로 전환하거나 폐기 처리됐으며, 어선 내에서 부패한 경우도 있어 해양 폐기물 처리 부담까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어획 초과를 넘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에 제도적 대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참다랑어가 한반도 동해 연안에서 잦은 출현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동해에서의 어획량은 3.3톤에서 164톤으로 급증했다.

기후 변화로 참다랑어의 주요 먹이인 정어리·고등어 등이 북상하면서, 이들을 따라 참다랑어 역시 북상한 결과다. 과거에는 보기 드물었던 동해 참다랑어가 이제는 계절성 어종처럼 출현하고 있음에도, 어획량 조정이나 쿼터 개편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정된 할당제는 변화된 해양 환경에 맞지 않으며, 어업인과 생태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유연한 수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해 수산연구소 관계자는 “기후 변화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고, 어종의 분포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어획 규정도 유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참다랑어 폐기 사태는 어민의 생계 위협은 물론,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어민들과의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어민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어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기후 변화에 따른 어종 변화를 인정하고,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