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간이 지나며 형태가 변하고 분해되는 작품들을 모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1월 30일 개막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전은 5월 3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작품이 영원히 보존돼야 한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무너지는 과정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작업들이 중심이다.
인간 활동이 지구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류세라는 시대 배경 아래 작품이 갖는 의미를 역사적 미학적 사회적 측면에서 재조명한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15인(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와 조각과 설치 형태를 포함해 총 5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고사리와 김방주와 김주리와 댄 리와 델시 모렐로스와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유코 모리와 아사드 라자와 에드가 칼렐과 여다함과 이은경과 이은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시 공간은 서막과 1막과 막간과 2막의 네 구역으로 나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와 함께 작품들도 서서히 형태를 잃는다. 허물어진 작품 위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싹튼다. 끝이 아닌 순환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방식이다.
기획을 담당한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이 명작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닌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고 전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공간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미적 체험은 유지되는 윤리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소속 연구소 미래 재료(Future Materials)와 국내 아티스트 그룹 그린레시피랩이 분해 가능한 재료 16종을 공개한다. 그린레시피랩은 전시 기간 중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별도 행사도 마련됐다. 개막 시점에 작가 대담이 있었고 4월에는 가족과 어린이가 참여하는 초사람 만들기 워크숍이 열린다. 자연사와 현대미술 겹쳐보기를 주제로 한 학술 행사도 예정돼 있다.
배우 봉태규가 무료로 오디오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다. 입장료는 2000원이고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김성희 관장은 오늘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미술 작품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피고 그에 맞는 새로운 미술관 모델을 상상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공기관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불후라는 말에 담긴 썩지 않음이라는 뜻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이 만든 것이 사라질 때 일어나는 현상을 들여다보며 보존 기술보다 분해 방식을 연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