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조선팔경의 으뜸’, ‘한반도의 보석’으로 불리는 금강산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북한이 2021년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이후 약 4년 만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복합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금강산은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자연과 문화의 보고(寶庫)로 인정받게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현지시간 7월 13일, 이 회의에서 금강산은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의 성격을 모두 가진 ‘복합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등재 대상은 내금강, 외금강, 삼일포, 해금강, 총석정 일대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일부 지역은 문화경관으로 지정돼, 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적 흔적까지도 보호의 대상으로 명시됐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북한으로서 세 번째 성과다. 앞서 2004년 고구려 고분군, 2013년 개성 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등재로 북한은 총 세 곳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으며, 복합유산으로는 처음이다.
금강산은 천혜의 경관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봄에는 산이 꽃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폭포와 계곡이 청량감을 준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흰 눈이 산 전체를 덮는다. 그래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사계절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 세계유산 등재의 핵심은 그 자연미에만 있지 않다. 불교 사찰, 석탑, 순례길 등 오랜 세월에 걸쳐 금강산을 품은 인류의 문화와 종교, 신앙이 자연 속에 함께 녹아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특히 불교 유적은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간과 자연이 교감해 온 역사의 흔적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등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금강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남북 교류의 상징이라는 데 있다. 1998년 현대그룹의 주도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간 가장 활발한 민간 교류였고, 2000년대 초반까지 수십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다. 그러나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유산 등재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보존·관리 책임이 국제적으로 부여되는 만큼, 유산 보호를 위한 남북 공동조사, 협력사업이 논의될 가능성도 열렸다. 실제로 한국의 문화재청과 일부 학계에서는 금강산 불교 유산을 중심으로 ‘남북 평화순례길’ 복원과 국제 협력 방안을 검토해 왔다.
물론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는 등재를 권고하면서 “북한 내 보존 및 관리 체계가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적인 환경 보고와 관광객 통제, 훼손 방지 대책 마련 등 보완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이유다.
또한 현재로선 외국인의 자유로운 금강산 방문이 어렵기 때문에, 세계유산 지정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관광 재개는 물론, 금강산의 문화·생태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등재는 금강산이 한반도만의 자산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지키고 향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임을 확인한 사건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깊이를 함께 간직한 금강산은 이제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게 됐다.
평화와 교류의 상징,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유산 금강산이 세계무대에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이 보석 같은 산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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