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섰다. 2025년 상반기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은 다름 아닌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다. 이 작품은 개봉 3주 만에 약 6,000만 달러(약 82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한국 영화·애니메이션 중 북미 수익 1위를 기록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기록했던 북미 수익(5,384만 달러)을 단기간 내 넘어서며, 업계 안팎에서 “K-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가 말년에 집필한 기독교 문학 『우리 주님의 생애』를 원작으로 한다. 아버지 찰스와 아들 월터가 2,000년 전 예수의 삶을 따라가며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 구원의 메시지를 발견해 나가는 서사로, 종교적 메시지와 가족 드라마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를 갖췄다. 덕분에 크리스천뿐 아니라 일반 관객층에게도 보편적인 감동을 전달하며 흥행 저변을 넓혔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순한 스토리의 힘만은 아니다. 기술적으로도 ‘킹 오브 킹스’는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국내 최초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도입해 실시간 3D 애니메이션을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은 게임 제작에서 주로 사용되던 고성능 엔진으로, 영화·드라마 산업에서도 점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언리얼 엔진과 버추얼 카메라, 모션 캡처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셀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세밀하고 유려한 장면 전환과 감정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또한, 한·미를 넘나드는 성우진 구성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찰스 디킨스 역에는 한국 배우 이병헌과 영국 배우 켄네스 브래너가 각각 한국어·영어판에 참여했으며, 예수 역에는 진선규(한)와 오스카 아이삭(미국)이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이하늬·차인표·양동근 등 국내 톱배우와 우마 서먼, 타론 에저튼 등 글로벌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해 ‘K-애니 더빙계의 어벤져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킹 오브 킹스’의 북미 개봉은 전략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올해 부활절 시즌에 맞춰 3,200개 극장에서 대규모 개봉하며 종교 콘텐츠로의 정체성과 상업성 모두를 공략했다. 개봉 직후 관객 평점 ‘시네마스코어 A+’를 받았고, 로튼토마토 팝콘지수는 98%에 달했다. 이는 작품의 메시지 전달력과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높은 평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개봉은 오는 7월 16일로 예정되어 있다. 국내 더빙판에는 이병헌, 진선규, 이하늬 외에도 권오중, 양동근, 차인표 등 국내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란 형식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한국 관객에게는 어떤 감동으로 전달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킹 오브 킹스’의 흥행을 단발적인 성공으로 보지 않는다. 한 콘텐츠 제작사는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성공했다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기술과 글로벌 기획력을 결합해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극장가에서 ‘흥행 코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이후 후속 프로젝트와 후발 주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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