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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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가가치세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들을 대미 관세 부과국과 동일하게 간주하고 상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부가가치세는 한국과 유럽연합 등에는 있지만 미국에는 없는 세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들을 대미 관세 부과국과 비슷하게 취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관세 세율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170개국 이상이 도입한 부가가치세를 타깃으로 삼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대미 관세는 거의 0%에 수렴한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한국이 직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도 많은 국가에서 부가세를 활용해 미국 제품을 차별하고 있다며 부가세 제도를 불공정 무역의 수단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는 우리 제품에 부가세가 붙지만 자국 제품을 수출할 때는 없어진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업체가 원가 1000원짜리 옷을 덴마크에 수출한다면 미국 상품에 덴마크의 부가세 25%가 붙어 이 옷은 1250원이 된다. 반대로 덴마크 기업이 원가 1000원짜리 옷을 자국에서 팔면 부가세가 붙어 1250원이지만 이것을 미국 캘리포니아에 수출하면 부가세 환급을 거쳐 1072.5원이 된다.​

미국은 부가세를 거두지 않는 대신 유럽의 부가세 평균 20%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세 평균 6.6%를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판매세는 7.25%다. 트럼프는 이에 원가가 똑같은 제품을 서로 수출할 경우 유럽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보다 커진다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관세 26%를 물리는 등 주요 무역 상대 57개국에 최대 50%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는 일괄 10% 관세가 부과돼 총 100개국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 GDP는 약 0.31%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중국의 보복성 대미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의 대중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의 GDP는 약 0.04%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큰 한국 경제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충격에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동차, 2차 전지, 전자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주력 산업의 생산 감소와 고용 축소가 부담 요인이 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2025년 3월 12일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쿼터를 폐지하고 모두 25% 관세로 통일했다가 6월 4일 이를 50%로 인상했다. 반도체에 대해서도 제232조 조사가 지속됐으며 2026년 1월 15일 관련 포고문이 발표됐다. 미국은 1단계 조치로 엔비디아 H200 등 첨단 컴퓨팅 칩에 대해 제한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반도체 관련 품목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 관세정책을 지렛대로 삼아 세계 각국과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2년 차인 올해 중남미에서 돈로주의를 구현시키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애당초 계획대로 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할 카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으며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의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이를 견제할 상호관세라는 핵심 무기를 상실한다는 점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처로 향후 3년간 약 2400조원이 날아가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만 전제한 분석치로 중국과 유럽 등이 보편관세에만 대응해 10% 보복관세에 나서도 성장률 하락폭은 0.8%포인트까지 확대된다고 밝혀졌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관세 정책에 따른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26년 통상 환경 키워드 역시 2025년에 이어 관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