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불이 안 꺼져요. 무슨 소리가 나요. 캄캄해서 큰일 났어요." 화염 속에서 119 상황실 소방관에게 절박하게 상황을 전한 80대 여성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소방관은 전화를 끊으며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20일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0시 41분 전북 김제시 용지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장치를 통해 119에 화재 의심 신호가 접수됐다.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가정에 설치돼 화재나 응급 상황 발생 시 119·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 등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신호를 접수한 119 종합상황실 A 소방교는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C씨와 통화했다. C씨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기기에서 소리가 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A 소방교는 이를 화재가 아닌 감지기 불빛 문제로 판단하고 "기기 오작동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신호를 받고 소방 당국에 "화재 출동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문의했지만 상황실은 거듭 기기 오작동이라고 설명하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국이 공식 신고 시각으로 밝힌 오전 0시 53분은 최초 신고 접수 시각인 0시 41분보다 12분이 늦은 것이었다.

12분이 지난 0시 53분쯤 이웃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소방대원이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가장 거센 최성기 상태였다. 화재는 오전 2시 9분쯤 진압됐고 C씨는 자택 안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전북자치도소방본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A 소방교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상황팀장 B 소방령에게는 공식 징계가 아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소방본부는 상황실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출동이 지연됐다며 유가족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람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처분이 견책과 주의에 그친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는 2023년 기준 전국 58만 가구에 보급된 독거노인 안전망의 핵심 장치다. 이번 사고는 장치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사람의 판단 오류로 골든타임이 사라진 사례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