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민정 인스타그램
사진=최민정 인스타그램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28년간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어온 여왕이 올림픽 무대에서 조용히 눈물로 작별을 고했다.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8·성남시청)이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직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밝혔다.

최민정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라며 "이번 시즌 준비하면서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았고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 경기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올림픽에서 저를 보지는 못할 것 같다"고 덧붙이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최민정의 올림픽 커리어는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2018 평창에서 금 2·동 1, 2022 베이징에서 금 2·동 1, 이번 밀라노에서 금 1·은 1을 보태 통산 7개 메달을 모았다. 이는 한국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이다. 세 번의 올림픽을 통해 금메달 5개를 포함해 한국 쇼트트랙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째로 장식했다.

이번 밀라노에서 주 종목 1500m 3연패는 불발됐다. 결승에서 동료 김길리(22·성남시청)가 2분32초076으로 1위로 들어왔고 최민정은 2분32초450으로 0.374초 차이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1500m 3연패를 놓쳤지만 계주 금메달까지 더해 마지막 올림픽을 메달 2개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최민정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동료 김길리에 대한 응원이었다. 그는 "길리도 저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고 실제로 이룬 것을 보니 오늘 결과가 더 뿌듯하다"며 "김길리가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에이스 칭호를 넘겨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이경 선배에게 배웠듯 자신도 후배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장면을 직접 완성한 셈이다.

최민정은 "처음 평창 올림픽 때만 해도 이렇게 대기록을 세울 줄 몰랐다"며 "운도 좋았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7개나 땄는데 내가 다 딴 게 맞나 싶기도 하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는 "지금"을 꼽았다.

다만 완전한 현역 은퇴까지는 선을 그었다. 최민정은 "선수 생활 마무리는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속팀과 조율해봐야 한다. 당분간 쉬면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무대에서의 이별은 확정이지만 빙판을 완전히 떠나는 시점은 아직 열려 있는 셈이다.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이 강하다는 것을 계속 보여준 선수로 기억해 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했다. 2018년 스무 살 신예로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그가 10년 뒤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품에 안고 무대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