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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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멕시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수장 가운데 한 명이 군사작전으로 제거되자, 분노한 조직원들이 전국 곳곳에서 방화와 총격을 벌이며 대도시를 순식간에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사건이 터진 할리스코주는 오는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개최지로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두 경기도 이곳에서 치러질 예정이어서 파장이 더욱 크다.

멕시코 국방부는 22일 현지시간으로 할리스코주 타팔파 일대에서 육군 특수부대와 국가수비대를 투입한 군사작전을 벌여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 일명 엘 멘초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엘 멘초는 작전 중 부상을 입고 멕시코시티로 이송되던 항공기 안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작전에서 멕시코군은 엘 멘초를 포함해 총 7명을 사살하고 2명을 체포했으며 장갑차와 로켓 발사기 등 무기도 압수했다.

엘 멘초가 이끌던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멕시코 최대 마약 밀매 조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으로 펜타닐과 코카인 등을 대규모로 밀반입해 온 이 조직에 대해 미국 정부는 1500만 달러, 약 217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CJNG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멕시코에 강력한 소탕 압박을 이어 왔으며, 이번 작전 직후 미 국무부는 "대단한 진전"이라고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수장 사망 소식이 퍼지자 보복은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카르텔 조직원들은 할리스코주 주도 과달라하라부터 태평양 연안 관광 도시 푸에르토 바야르타에 이르기까지 전역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버스와 택시를 탈취해 불태우는 이른바 나르코블로케오스 전술에 더해 코스트코를 비롯한 각종 상점도 방화와 파괴의 표적이 됐다.

공항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무장 괴한들이 과달라하라 국제공항 안으로 난입하면서 여행객들이 터미널에서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할리스코주 전역에는 코드 레드 수준의 비상 보안 조치가 발령됐고 24시간 안에 국가방위대원 25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항공사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유나이티드항공·델타항공·아메리칸항공·알래스카항공·에어캐나다·웨스트젯 등 미국과 캐나다 주요 항공사들이 할리스코주행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칸쿤·로스카보스·멕시코시티 등 다른 지역 노선은 정상 운항됐지만 현지에 발이 묶인 외국인 관광객 수백 명이 호텔과 공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복 폭력은 할리스코주에 그치지 않았다. CJNG 연계 세력이 전국 최소 8개 주에서 도로를 봉쇄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멕시코 정부는 시민에게 실내 대피와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이틀간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정부는 정확한 집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군과 연방경찰 추가 투입을 지시하며 "국가가 어떤 범죄 조직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장 제거 이후의 권력 공백이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 치안 문제도 본격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월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를 예정으로 대한축구협회 측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르텔도 월드컵 흥행을 원하기 때문에 대회 기간에는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수장 사망으로 생긴 권력 공백이 통제 불능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