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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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정부가 구글의 1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27일 경기 수원에서 관계부처 합동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처음 지도 반출을 요청한 2008년 이후 18년 만의 결정이다.

1대 5000 축척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표현하는 고정밀 자료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상 1대 2만 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간 분단국가의 특성상 안보를 이유로 수차례 반출을 불허해왔다.

이번 조건부 허가의 핵심은 국내 서버 활용이다. 구글의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부의 간행 심사와 검토를 거친 데이터만 국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반출 범위는 기본 바탕지도와 도로 등 교통 네트워크로 한정되며 등고선 등 안보상 민감 정보는 제외된다.

보안 조건도 촘촘하게 걸었다. 협의체는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 좌표 표시 제한, 보안사고 발생 시 즉각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는 '레드버튼' 체계 구축을 의무화했다. 조건을 지속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수 있는 관리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이번 방향 전환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꼽힌다. 미국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협의체는 "구글이 제시한 기술적 대안을 검토한 결과 그간 지적됐던 군사·보안시설 노출, 좌표표시 문제 등 기존의 안보 취약 요인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반출 허가로 국내 지도·내비게이션 업계의 경쟁 지형 변화와 관련 산업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학계 일부에서는 고정밀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서 최대 19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실제 데이터 반출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