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1500원짜리 바나나 하나만 주문한 뒤, 개인용 칸막이를 설치하고 장시간 자리를 비운 고객의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외출 빌런' 논란이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이 고객은 약 3시간 동안 매장을 비운 채 테이블을 점유했으며, 해당 자리는 노트북, 키보드, 태블릿, 마우스, 헤드셋 등으로 꾸며져 사실상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된 흔적이 역력했다. 가방 바구니까지 정돈된 모습에 누리꾼들은 공공장소를 사유화한 행동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한 이용자가 “우리 동네 스타벅스에 외출 빌런이 있다”는 글과 함께 인증 사진을 SNS에 게재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개된 사진 속 테이블은 칸막이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고, 다양한 전자기기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으며, 손님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글쓴이는 “3시간 넘게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작은 매장이라 앉을 자리 찾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무단 점유하는 건 정말 민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목격자는 “장발에 헤드폰을 쓰고, 검은 마스크를 낀 남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바나나 하나만 시킨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은 곧바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었고,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문화와 맞물려 “공간의 사유화냐”, “프랜차이즈 카페도 공유오피스가 아니다”는 식의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은 “1500원 바나나 하나로 3시간 자리를 점유하는 건 누가 봐도 비매너”, “커피라도 한잔 시키던가”, “그럴 거면 독서실이나 공유오피스를 가야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례는 최근 늘고 있는 장시간 자리 점유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2024년 하반기부터 주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슷한 민원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매장이 협소한 도심 소형 점포일수록 회전율 저하로 인한 매출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프랜차이즈 카페 10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체 설문에 따르면, 매장 운영자 70% 이상이 “1시간 이상 음료 소비 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매장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본사 관계자는 “자리를 오래 사용하는 고객을 무작정 제재하긴 어렵지만, 음료 소비 없이 장시간 자리를 점유하거나 외출한 뒤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분명 문제”라며, “앞으로는 매장별 회전율 관리와 이용 규칙 안내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자리 점유 시간 제한 안내문을 부착하거나, 1인당 최소 소비 기준을 안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비자 행동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매너 부족 문제 뿐 아니라 공간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카페가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거나 짧은 시간 동안 책을 읽는 공간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장시간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장소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공간 점유'에 대한 권리가 마치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전문가 A씨는 “스터디카페나 공유 오피스는 이용료를 지불하고 공간을 쓰는 구조인데, 카페에서 음료 한 잔만으로 공간 전체를 차지하는 행위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 유입이 늘수록 매출이 증가하지만, 회전율이 낮아지고 특정 손님의 공간 장악으로 다른 손님이 불편을 겪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카공족 문화’는 여전히 지속 중이지만, 공공장소 이용에 있어 책임 있는 소비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논란이 된 당사자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 해당 매장은 개별 매장 차원에서 상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자율적 규칙 설정뿐만 아니라 소비자 교육,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공공장소 이용 시 ‘내 자리’가 아닌 ‘우리 공간’이라는 인식 확산도 요구되고 있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