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오늘 3월 8일은 제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되새기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올해도 예외 없이 이 날의 기원과 의미를 돌아보는 것은 백십팔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출발점이 던진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세계 여성의 날의 시작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섬유 공장 등에서 하루 열두 시간 이상 일하던 여성 노동자 약 1만 5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였다. 빵은 남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에게만 허용되던 참정권을 뜻했다.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과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동시에 요구한 이 외침은 이후 여성 운동의 상징적 구호로 자리 잡았다.
이 시위를 계기로 이듬해인 190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1910년에는 독일의 여성운동가 클라라 체트킨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서 매년 여성의 날을 기념할 것을 제안했고, 유럽 각국으로 확산됐다. 이후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하면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기념하기 시작했고, 1977년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회원국들이 이 날을 기념하도록 권고하면서 국제적 기념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2018년 2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월 8일이 '여성의 날'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그 이전에도 여성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기념행사를 이어 왔으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올해로 법정기념일 지정 9년째를 맞으면서 국가 차원의 기념 의미가 한층 공고해진 셈이다.
세계 여성의 날에는 고유한 상징색이 있다. 보라색은 정의와 존엄을, 초록색은 희망을, 흰색은 순수를 의미하며, 이 색상 조합은 1908년 영국 여성사회정치연합(WSPU)에서 비롯됐다. 특히 보라색은 오랫동안 여성 참정권 운동과 연결되어 온 대표 색상으로, 오늘날에도 여성의 날 행사장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행사장에서 빵과 장미를 나눠 주는 관례 역시 1908년 뉴욕 시위의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유엔은 '권리, 정의, 행동 - 모든 여성과 소녀를 위해(Rights. Justice. Action. For ALL Women and Girls)'를 공식 주제로 내걸었다. 구조적 장벽을 해체하고, 모든 여성과 소녀가 권리를 누리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자는 취지다. 이와 별도로 세계여성의날 조직위원회(IWD)는 '베풀수록 커진다(Give to Gain)'를 캠페인 슬로건으로 선정했다. 개인과 조직, 지역사회가 서로의 성장을 지원할 때 그 에너지가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18년 전 여성들이 요구했던 빵과 장미는 오늘날 어느 정도 실현됐을까. 여성 참정권은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되고 있고, 교육 기회의 성별 격차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격차는 여전하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0.7%로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1위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약 70% 수준에 머무른다는 의미로, 회원국 평균 11.0%와 비교하면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도 한국은 1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다 지난해 겨우 한 계단 올라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날이 아니다. 118년 전 뉴욕 거리에 울려 퍼진 "빵과 장미를 달라"는 외침은 매년 3월 8일마다 되살아나며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을 점검하게 한다.
생존권과 참정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요구에서 출발한 이 날이 한 세기를 넘긴 지금, 그 정신은 임금 평등과 기회 균등, 돌봄의 공정한 분담이라는 새로운 과제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이 매년 같은 날짜에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이유는 그 답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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