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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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반세기 가까이 독도 서도를 삶의 터전으로 지켜온 김신열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독도에 주소를 둔 민간인은 이제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10일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김신열씨는 지난 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유족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2018년 먼저 떠난 남편 고 김성도씨가 잠든 국립대전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됐다.

제주 해녀 출신인 김신열씨는 울릉도에서 살다가 1991년 남편과 함께 주민등록 주소를 독도로 옮겼다. 부부는 그보다 훨씬 이른 1960년대 후반부터 서도에 자리를 잡고 미역과 전복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꾸렸다. 거친 파도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섬을 떠나지 않았다.

독도에 처음 주민등록을 둔 민간인은 고 최종덕씨다. 1965년부터 독도에 살며 1981년 주소를 옮겼으나 1987년 세상을 떠났다. 김성도·김신열 부부는 최씨의 뒤를 이어 독도 정주의 맥을 이어온 셈이다.

부부가 독도에서 보낸 세월은 단순한 거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독도 현지에서 거소투표를 실시해, 이 섬이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권리를 행사하는 영토임을 증명했다. 2013년에는 독도 선착장에서 방문객을 상대로 수산물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열었고, 이듬해 독도 주민 최초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경제활동과 납세라는 구체적 행위로 실효 지배의 근거를 한 겹 더 쌓은 것이다.

2018년 10월 김성도씨가 79세로 타계한 뒤, 김신열씨는 홀로 독도 이장직을 물려받았다. 이듬해와 2020년 수십 일씩 섬에 머물며 자리를 지켰으나, 2020년 9월 태풍 '하이선'이 주민숙소를 덮치면서 사실상 독도를 떠나야 했다. 숙소는 2021년 복구됐지만,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떠나는 날 관계자들에게 건넨 "내가 올 때까지 독도 잘 지키고 있으라"는 말이 마지막 당부가 됐다.

유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평생 바다 일을 하시며 사신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편안하시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신열씨의 딸 부부는 독도에 주소를 옮기겠다며 전입신고와 소송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릉군이 독도 주민숙소의 상시거주 승인 절차를 근거로 신고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후속 주민 확보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셈이다.

현재 독도에는 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 약 40명과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 직원, 등대지기, 소방 인력 등 30여 명이 교대 근무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공무 수행 목적이며 독도에 주소를 두고 있지는 않다. 국제법상 영토 주권 행사의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인 '민간인의 상시 거주'가 공백 상태에 놓인 것이다.

임장원 독도관리사무소장은 "독도는 자연환경이 거칠고 식수·전력·의료 등 생활 여건이 열악해 민간 거주가 쉽지 않다"면서도 "독도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감안해 주민 선정과 지원 방식에 대한 국가·지자체 차원의 체계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울릉군 관계자는 "유족 입장을 존중해 당장 조처를 취하기는 어렵지만, 경북도와 협의해 방향을 잡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