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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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한국 디저트 시장의 왕좌가 또 바뀌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전국을 뒤흔들던 두바이 쫀득쿠키(두쫀쿠)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중국 상하이에서 건너온 '버터떡'이 그 자리를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버터떡의 정식 이름은 '황요우니엔가오'. 중국에서 설날에 복을 빌며 먹던 전통 떡 '니엔가오'에 버터의 고소한 풍미를 입혀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낸 디저트다. 상하이의 베이커리 '루시허'와 '바오스푸' 등에서 2년 전부터 현지 젊은 층의 사랑을 받아온 메뉴인데, 올해 초 국내 틱톡과 인스타그램 숏폼 영상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찹쌀가루에 타피오카 전분을 섞고 우유·버터·설탕을 더한 반죽을 180도 오븐에 구우면 끝이라는 손쉬운 조리법도 확산에 불을 붙였다.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인절미처럼 늘어나는 식감이 두쫀쿠가 사로잡았던 '쫀득 마니아'들의 입맛을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수치로도 열기가 드러난다. 포털 검색 통계를 보면 '버터떡' 관련 검색량은 이달 초 사실상 바닥이었다가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마트 쪽에서도 반응이 감지된다. 이마트가 지난달 초부터 이달 10일까지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핵심 재료인 찹쌀가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뛰었고, 타피오카 전분 역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일부 온라인 식재료 판매처에서는 찹쌀가루 가격을 종전의 배 가까이 올려 내놓는 곳도 등장했다.

매장 현장은 더 뜨겁다. 경남 창원의 한 동네 베이커리는 버터떡 출시 첫 주말 하루 동안 수백 명이 줄을 서면서 구매 수량 제한에 들어갔고, 오전 첫 번째로 구워낸 물량이 채 10분을 버티지 못했다. 서울·수도권 카페 상당수도 두쫀쿠를 내리고 버터떡을 대표 메뉴로 올려놓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이디야도 2500원짜리 버터떡 신제품을 선보이며 대중화 대열에 합류했다. 배달 앱 인기 검색어에도 '버터떡'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 "얼마나 갈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한국 디저트 유행의 수명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등장한 뚱카롱은 검색 관심이 고점에서 의미 있게 꺾이기까지 약 800일 이상 버텼고, 2023년 탕후루는 약 160일을 유지했다. 하지만 두쫀쿠는 고점 도달 후 50일도 안 돼 검색량이 급락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알고리즘이 '한 번 인증하고 끝'이라는 소비 패턴을 가속화하면서, 유행 자체가 숏폼처럼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데이터도 최근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서 두쫀쿠 유행이 꺾인 뒤 원재료 재고가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짚었다.

버터떡의 재료비 부담은 두쫀쿠보다 가볍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등 수입 원재료에 의존했던 두쫀쿠와 달리 찹쌀가루·버터·우유 등 국내 조달이 쉬운 재료가 중심이라 수급 병목이 작다. 다만 수요가 단기간에 쏠리면 가격 왜곡은 피하기 어렵고, 유행이 꺾인 뒤 쌓인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같다.

한편 디저트를 넘어 '버터' 키워드 자체가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번지는 현상도 흥미롭다. 러닝 동호회를 중심으로 생크림을 지퍼백에 넣고 10km 이상을 뛰어 직접 버터를 만드는 '버터런' 챌린지가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디저트 유행이 식문화에 머물지 않고 놀이·운동 콘텐츠로 확장되는 양상은, 소비자가 유행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 창작자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휘발성 트렌드가 과잉 소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와 소비자 모두 한 발짝 거리를 두는 냉정함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