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도입을 포함한 강도 높은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민간 차량까지 운행 제한이 확대될 경우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의 전면 시행이 이루어지게 되는 만큼, 후속 조치의 구체적 범위와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중동 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상황 장기화를 전제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와 같은 양상이라면 잠시 진정됐던 석유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생 전반에 가해질 충격도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에너지 절약 노력의 범사회적 확산을 위해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혹은 10부제 등 다각도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동차 5부제는 차량번호 끝자리에 따라 주 5일 가운데 하루를 운행하지 않는 방식이고, 10부제는 끝자리 번호에 따라 10일 중 하루 운행을 제한하는 보다 완화된 형태다.
에너지 수요 절감 외에도 공급 측면의 대응 역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가 원유를 확보했던 것처럼 외교 역량과 자산을 총동원해 안정적인 추가 공급선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소 가동 확대와 에너지 수출 통제 검토도 함께 언급했다.
재정 대책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하며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며 "취약계층 및 수출 기업 지원, 지방 대규모 투자를 위한 이른바 '전쟁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회의 신속한 심사·집행도 촉구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관계 부처는 구체적 실행 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시행 여부와 시기, 범위, 방법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 상황을 보며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주 내 원유·가스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현행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경보 단계가 올라가면 공공기관 차량 5부제 등 수요 관리 조치가 우선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차량 부제 운행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7조와 제8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을 때 에너지 사용 기자재의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으며, 차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과거 차량 부제 시행 사례를 보면, 1991년 걸프전 당시 약 두 달간 전국 단위 10부제가 실시된 것이 가장 대규모였다. 이후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과 2011년에는 공공 부문에 한해 5부제가 운영됐고, 2017년에는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공공 차량 2부제가 시행된 바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도입이 검토됐지만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현재도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승용차 요일제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부설 주차장 이용 제한 정도의 제재에 그쳐 강제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민간 차량으로 확대할 경우 장거리 출퇴근자, 임산부, 장애인 동승 차량 등 다양한 예외 규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질적 에너지 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공공 부문 우선 시행 후 상황에 따라 민간 확대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위기 대응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진입할지, 이번 주 위기경보 격상 이후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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