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페이
사진=카카오페이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카카오페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업목적으로 '기타 정보서비스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해당 사업목적은 디지털자산 발행·유통과 직결되는 분류로, 곧 발표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에 맞춰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그룹은 이미 전사적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상태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그룹 스테이블코인 TF장을 맡아 발행·유통·결제 전 과정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계좌 기반 인프라를 담당하고, 카카오페이는 결제·지급 영역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역할 분담 구조가 갖춰졌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차세대 디지털 지갑 '슈퍼 월렛'이다. 손경희 카카오페이 디지털에셋그룹장은 "슈퍼 월렛은 법정화폐, 스테이블코인, 암호자산은 물론이고 포인트, 증권, 실물자산, 지역화폐까지 모두 담아 온·오프라인, 개인·기업 간 결제와 정산을 하나의 레이어로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간편결제 지갑을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신원근 대표는 "디지털자산은 이제 투자 수단을 넘어 결제, 정산, 국경 간 거래 등 실질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해당 지갑 솔루션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결제·송금 시장까지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적 환경도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지난 2월 24일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을 최종 점검했다. 정부와 여당은 2단계 입법을 마무리 단계에서 조율 중이며, 은행을 중심으로 한 발행 구조와 준비금 요건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는 국면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견지하고 있어, 카카오뱅크를 보유한 카카오그룹의 구조적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글로벌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 파이어블록스와 비공개 미팅을 진행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안전한 자산 보관·관리 인프라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났다. 은행 계좌 기반의 원화 연동 인프라와 글로벌 수준의 커스터디 체계가 결합되면, 발행에서 보관, 유통까지 일관된 파이프라인이 완성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재무 체력도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427억 원, 당기순이익 410억 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부문별로 보면 결제서비스 매출이 5,1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4퍼센트 증가했고, 금융서비스 매출은 3,879억 원으로 58퍼센트 급증했으며, 플랫폼서비스 매출 역시 522억 원으로 62퍼센트 성장했다. 안정적 수익 기반 위에서 신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 주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초부터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관련 주식이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톡 기반의 5,000만 명 이상 이용자 풀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확산의 결정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의 발행 주체 제한론이 최종 입법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최대 변수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카카오페이가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률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카카오뱅크와의 협업 구조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준비금 운용 방식, 소비자 보호 장치, 자금세탁 방지 체계 등 세부 규제 설계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이 은행·결제·플랫폼을 모두 갖춘 만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가장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면서도 "규제 확정 전까지는 사업 범위와 수익 모델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카카오페이의 슈퍼 월렛 구상이 현실화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