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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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시집이 출판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21일 세계 시의 날을 앞두고 최근 10년간 시집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가장 많이 팔린 시집 1위에 올랐다.

이 시집은 지난 10년 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약 20주간 이름을 올렸고, 소설·시·희곡 분야 50위권에는 9년 6개월에 해당하는 114개월 동안 머물렀다. 10대부터 4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구매된 시집으로 집계돼,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라는 두 가지 수식어를 동시에 충족하는 드문 사례로 꼽힌다.

2위는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시 필사 도서로 자리 잡은 이 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도 약 7주간 올랐다. 3위는 소설가 한강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차지했다.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한강이 약 20년 만에 발표한 시집으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67배 뛰었다. 이 시집은 특히 50대 이상 독자층에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기도 했다.

4위에는 윤동주 유고시집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5위에는 '마음챙김의 시'가 올랐다. 박준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6위를 기록했고, 니체의 서사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해외 시집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젊은 독자층의 유입이다. 시집은 전통적으로 50대 구매 비율이 가장 높은 장르지만, 최근 들어 10대와 20대의 구매 비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시 분야에서 10대와 20대의 구매 비율은 최근 5년간 매년 상승해 2025년 기준 20퍼센트에 육박했다.

구매량 증가폭은 더 두드러진다. 2025년 기준 10대와 20대의 시집 구매량은 전년 대비 51.9퍼센트 늘었는데, 10대만 따로 보면 97.2퍼센트에 달하는 급증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51.5퍼센트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시인들의 작품이 이 흐름을 이끌고 있다. 차정은 작가의 2023년작 '토마토 컵라면'은 10년 시집 베스트셀러 35위에 올랐고,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25년 연간 시집 베스트셀러 상위 20위 가운데 7권이 젊은 시인의 작품이었으며, 이들 작품의 10대와 20대 구매 비율은 43.2퍼센트로 전체 시집 동세대 구매 비율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유명인의 추천도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BTS 뷔가 자신의 SNS에 조말선 시인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를 소개한 뒤 해당 도서 판매량은 전월 대비 450퍼센트 뛰었다. 가수 한로로가 민음사TV 콘텐츠에서 추천한 허연의 '불온한 검은 피'와 양안다의 '숲의 소실점을 향해' 역시 각각 400퍼센트, 212.5퍼센트의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2024년부터 이어진 텍스트 힙 트렌드와 올해 문화 키워드로 부상한 포엣코어 현상이 맞물리면서 시집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스24 조선영 도서사업본부장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시가 SNS와 문화 트렌드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젊은 시인들의 활약과 새로운 독자층의 유입으로 시집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