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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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전기차 구매자가 자신의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와 생산국, 주요 원료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오는 6월 3일부터 자동차 제작사와 수입사는 전기차를 판매할 때 배터리 핵심 정보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과 그 하위법령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자동차등록규칙 개정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9월 관련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배터리 실명제' 법안이 통과되면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과 공포 절차를 거쳐 올해 6월 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의무 공개 항목은 기존의 배터리 용량, 정격전압, 최고출력에 더해 배터리 셀의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 생산국 등으로 대폭 확대된다. 이 정보는 자동차등록증에도 직접 표기되어 소비자가 별도의 조회 없이 자신의 차량에 어떤 배터리가 탑재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과태료 규정도 대폭 강화됐다. 현행법은 배터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으나, 개정안은 정보 미제공뿐 아니라 거짓 제공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과태료는 1차 위반 200만 원, 2차 위반 500만 원, 3차 이상 위반 시 1,00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기존 대비 최대 20배 수준으로 높아진 셈이다.

이번 제도의 배경에는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있다. 당시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가 즉각 공개되지 않으면서 소비자 불안이 증폭됐고, '깜깜이 배터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배터리 정보 공개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며, 약 1년여 만에 입법이 완료됐다.

글로벌 추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법에 따라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으며,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보조를 맞추면서 국제적인 배터리 정보 투명성 기준에 합류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가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면서도 제조사 정보를 소극적으로 공개해왔는데, 의무 공개가 시행되면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로서는 품질과 안전성을 앞세운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1월에는 사용후 배터리의 성능평가와 안전관리 체계를 법제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며, 배터리의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주기를 관리하는 이력관리 체계가 구축된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역시 이미 시행에 들어가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제도가 가동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전기차 안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핵심 조치"라며 "향후에도 배터리 전 주기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