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1회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 의회는 지난 21일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와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25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실제로 일부 상선에 통행료 부과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위원인 알라에딘 보루제르디는 22일(현지시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47년 만에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주권 개념을 확립했다"며 "특정 선박에 통행료 200만 달러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란 의원 사에드 라흐마트자데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는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부과와 마찬가지로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내 자국 영해를 따라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승인받은 선박에 한해 통과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과를 원하는 선박은 선박 소유주와 화물 목적지 등 세부 정보를 이란 관련 외부 중개인을 통해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이란은 현재 개별 수송 건별로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후 합의의 일환으로 통행료 부과를 공식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급감한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2월 말 선박 운행 정보 업체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량이 기존 대비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매체 프레스TV는 25일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유권 인정과 함께 전쟁 손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71%, LNG의 20%가 중동산으로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상운임이 최대 80% 상승하고 우회 경로 이용 시 보험료 폭증과 통관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현재 비축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중동 외 원유 추가 확보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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