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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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닭고기 원재료 가격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전례 없는 원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수십만 마리의 육용종계가 살처분된 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사료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생산 단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3월 닭고기 도매가격은 킬로그램당 4,256원으로 한 달 전 3,987원 대비 6.7% 올랐다. 1월 3,529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사이에 19.6%나 뛴 셈이다. 소매가격 역시 이달 넷째 주 기준 킬로그램당 6,612원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15.8% 상승했다.

소매가가 6,500원선을 넘어선 것은 2023년 6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치킨 매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9~10호 육계 가격은 킬로그램당 5,154원으로, 1년 전 4,385원에서 17.5%나 뛰었다.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장기화다. 2025~2026년 동절기에만 육용종계 44만 마리가 살처분됐는데, 이는 전년 동절기 12만 마리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건수도 7건으로 전년 2건의 세 배를 넘겼다.

통상 봄철이면 바이러스 확산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지만, 올해는 3월에도 전북 김제, 경기 포천, 경북 봉화 등 6개 농장에서 발생이 이어지며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농장 이동 제한과 도계 지연이 겹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근본적 문제로 지목된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먼저 반응한 쪽은 버거 업계였다. KFC는 3월 13일부터 오리지널치킨 300원, 그 외 치킨 메뉴 200원씩 등 총 23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맘스터치도 3월 1일부터 싸이버거를 4,9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리는 등 43개 품목에 평균 2.8%의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국내 치킨 시장의 '빅3'로 불리는 BBQ, bhc, 교촌치킨은 한결같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세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 "현재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유지하고 있다.

이면에는 복합적인 사정이 깔려 있다. 우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외식업계 전반에 가격 억제 기조를 주문하고 있다. 치킨은 라면, 김밥과 함께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로 분류되기 때문에 인상 시 정치적 파장도 크다.

업계에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도 있다. 지난해 교촌치킨이 가격은 유지하면서 순살치킨 중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불거졌고, 교촌에프앤비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킨 가격 때문에 대표가 국감에 호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업계 전체에 일종의 경계심을 심어준 사건"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공식 가격표를 건드리는 대신 우회적인 방법으로 수익 구조를 조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bhc는 2025년 6월 가맹점 자율가격제를 도입한 뒤 상당수 매장에서 배달 메뉴 가격이 2,000~3,000원 올랐다. 교촌과 푸라닭도 유사한 자율가격제를 시행 중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체감 부담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인기 메뉴는 배달 기준 26,000~27,000원대까지 올라섰고, 여기에 3,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더하면 실제 지불 금액은 30,000원에 육박한다.

배달 플랫폼들의 수수료 부과 확대도 치킨 업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포장 주문에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쿠팡이츠도 4월부터 포장 주문에 6.8% 수수료를 적용할 예정이다. 원재료비에 더해 유통 비용까지 오르는 '이중 압박'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 성수기 수급 안정을 위해 이달부터 육계 부화용 유정란 800만 개를 순차적으로 수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림 측도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정란 수입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고 본다. 부화부터 출하 가능한 크기로 성장하기까지 최소 35~40일이 걸리는 데다, 조류독감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 살처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의 가격 동결 국면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 조정 없이 버티는 국면이지만, 원가 부담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누군가 먼저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려주면 따라갈 수 있겠지만, 선두에 서는 브랜드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게 된다"며 "결국 눈치 게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닭고기 공급 불안이 여름 성수기인 7월 초복까지 이어질 경우 치킨값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로서는 당장의 가격 인상은 피하고 있지만, 배달 가격 차등 적용과 자율가격제 확산이라는 형태로 이미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