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스타그램, 스레드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스레드 갈무리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1년을 기다려 온 벚꽃인데, 대체 무슨 권리로 시민들 통행을 막느냐." 부산 개금문화벚꽃길이 넷플릭스 드라마 촬영으로 일부 구간이 통제되면서 시민과 관광객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저녁부터 새벽까지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문화벚꽃길 일대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촬영이 진행됐다. 특히 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새벽까지는 메인 데크길 약 20m 구간이 전면 통제된 채 촬영이 이어졌다.

문제는 해당 구간이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핵심 포인트라는 점이다. SNS에서 '일본 감성 벚꽃길'로 입소문을 타며 전국에서 방문객이 몰리는 곳인데 막상 찾아오니 길이 막혀 있었다는 제보가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스레드에 줄을 이었다. "서울에서 여기만 보러 왔는데 허탕쳤다"는 반응도 다수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촬영 측이 야간 경관조명을 일부 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더 커졌다. 장비와 차량이 촬영 전부터 좁은 길을 점유해 이동을 방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커뮤니티에서는 "촬영이 벼슬이냐", "공공장소를 전세 낸 것도 아니고" 등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제작사와 촬영 로케이션을 지원한 부산영상위원회는 차도를 막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로 점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부산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차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 없이 지자체와 경찰에 협조만 요청했다"며 "안전을 위해 촬영 주변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날씨가 좋아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일부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이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도보 전용 데크길이라 점용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 자체가 촬영을 위한 공공 공간 사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사전 공지 없이 벚꽃 절정 시기에 핵심 구간을 막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사태는 드라마·영화 촬영 시 공공장소 이용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앞서도 티빙 등 OTT 드라마 촬영이 공공 명소를 통제해 시민 불편을 초래한 사례가 반복돼 왔지만 이를 규율하는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자체가 촬영 유치에 따른 홍보 효과에 집중하다 보니 관광객과 시민 불편에 대한 사전 대응은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봄 한 철 반짝 피었다 지는 벚꽃이라는 특성상 시민들의 박탈감은 더 크다. "다음에 오면 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촬영 유치와 시민 권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지자체와 촬영 당국의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